심판 편파판정으로 은메달 따고 시상식에서 오열한 한국 선수

2018년 8월 31일   정 용재 에디터

(자카르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았던 재일동포 유도선수 안창림(남양주시청)은 2014년 일본 생활을 청산했다.

그는 그해 3월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유도 대표팀 선수로 첫발을 내디뎠다.

일본 오노 쇼헤이와 처음 맞대결을 펼친 건 그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도쿄 그랜드슬램에서였다.

안창림은 남자 73㎏급 8강에서 오노를 만나 지도패로 물러나면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안창림은 오노를 만날 때마다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삼켰다.

2015년 2월 독일 뒤셀도르프 그랑프리 준결승에서 허벅다리걸기 절반패, 그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허리안아돌리기 한판패로 고개를 숙였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둔 2016년 2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다시 열린 그랑프리에서도 허벅다리걸기 절반으로 패했다.

주특기가 업어치기인 안창림은 손기술이 뛰어나지만, 발기술을 앞세운 오노에게 크게 밀렸다.

밭다리후리기, 허벅다리걸기 등 현란한 발기술을 앞세운 오노를 극복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안창림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로지 오노를 꺾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훈련에 전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서도 그랬다.

그는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급 결승에서 그토록 이를 갈았던 오노와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는 치열했다. 정규시간 4분 동안 승부를 보지 못했고, 시간제한 없이 절반 이상의 기술을 성공한 선수가 승리하는 연장전도 7분이 넘게 진행됐다.

안창림은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모든 힘을 쏟아내며 명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승부는 심판의 판정으로 갈렸다. 연장전 7분 9초 오노의 허벅다리 후리기를 심판진이 절반으로 인정하면서 오노의 손을 들어줬다.

기술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인정하기 힘든 판정이었다.
안창림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오노에게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했다”라며 “많이 억울하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기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메달 시상대에서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다 은메달을 목에 건 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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