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짝퉁점포 속속…맥도날드 대신 ‘매쉬도날드’

2015년 8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맥도날드 대신 ‘매쉬도날드’, 피자헛 대신 ‘피자햇’, 버거킹 대신 ‘버거 하우스’….

이란 거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짝퉁 점포’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자칫 미국의 유명 브랜드 간판으로 착각하기 쉽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이란 시내에 미국 유명 브랜드를 따라한 가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대표 사례로 테헤란 거리에 들어선 매쉬도날드를 소개했다.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파는 매쉬도날드에는 흰 얼굴에 빨간 재킷을 입고 사이즈가 큰 신발을 신은 광대 포스터가 걸려있다. 맥도날드의 상징을 내걸어 고객을 끄는 것이다.

주방에는 맥도날드의 또다른 상징인 금색 M자가 장식돼 있다. 운영자인 하산은 ‘M’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왔다.





하산이 가게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건 미국 브랜드에 아직 거부감이 강한 당국의 입장과 미국 문화에 대한 시민의 선호를 절충했기 때문이다.

하산은 “맥도날드에 가까운 경험을 (시민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아들이 비슷하게 발음되는 매쉬도날드로 간판을 달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맥도날드 하면 품질이 좋은 것을 의미하고 이란 사람들도 이런 의미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쉬도날드뿐만이 아니다. 이란 거리에서 KFC 간판을 볼 수 있지만 이는 미국 햄버거 브랜드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아니라 ‘가부키 프라이드 치킨’의 준말이다. KFC의 앞글자만 바꿔 ‘SFC’로 간판을 단 가게도 있다.

피자 체인 피자헛(Pizza Hut)은 피자햇(Pizza Hat)으로 둔갑했다. 이런 가게들은 미국 브랜드 도입이 금지된 이란에서 비슷한 모양의 간판을 내걸고 고객을 유혹한다.

매쉬도날드 고객인 29세 남성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성지순례를 갔을 때 저녁을 맥도날드에서 해결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매쉬도날드 음식도 좋고 실제로 맥도날드가 생기면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반기는 시민들과 달리 이란 당국은 아직 미국 브랜드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일부 강경파들은 이란에 맥도날드가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매쉬도날드 운영자 하산은 “내 점포에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강경파가 조사를 나왔을 것”이라며 “언젠가 진짜 맥도날드 점포를 열고 싶지만 조만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로고 내세운 이란 가게(EPA=연합뉴스)

맥도널드 로고 내세운 이란 가게(EPA=연합뉴스)

 
KFC 대신 앞글자만 바꾼 SFC(테헤란=연합뉴스)

KFC 대신 앞글자만 바꾼 SFC(테헤란=연합뉴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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