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ㄷㄷ” 에이즈 환자가 스스로 목숨 끊은 ‘호수’ 현재 상황

송시현 기자 2018년 12월 6일 입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한 마을에서 에이즈 환자가 호수에 투신해 목숨을 끊자 주민들이 물이 오염됐다고 항의, 결국 호수의 물을 모두 교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언론은 남부 카르나타카 주 후발리 시 인근 마을 모라브에서 현재 주민이 식수로 사용하는 대형 호수의 물을 모두 빼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6일 보도했다.

호수는 36에이커(14만6천㎡)로 축구장 20여개 크기다. 저수량이 많아 이 작업에는 20개의 긴 튜브와 펌프 4대가 동원됐다. 물을 완전히 빼는 데만 5일 이상 걸리며 물이 다시 채워지는데 4∼5일이 더 필요하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주민이 이제 이 호수의 물을 더는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최근 한 에이즈 보균 여성이 이 호수에서 자살한 탓에 물이 오염됐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 호수의 물을 길어 식수로 사용하던 인근 주민 1천여명은 지난달 말부터 2∼3㎞ 떨어진 수로에 가서 물을 구하는 상황이다.

주민 무탄나 바바이카티는 “호수에서 시신을 발견했을 때 부패 상태가 심했다”며 “우리는 오염된 물을 마시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에이즈 균이 물을 통해 퍼지지 않는다며 수질 테스트까지 하겠다고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자 결국 ‘물 교체’라는 방법을 동원하게 됐다.

화장실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13억5천만명 인구의 절반이 노천에서 볼일을 본다고 놀림당하는 인도인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도인들은 전통적으로 오염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시체를 치우거나 화장하는 일은 최하위 카스트에 맡길 정도다. 이처럼 ‘오염된 것’들을 치우는 이들을 ‘불가촉천민’이라고 부르며 접촉도 피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마실 물에 에이즈 보균자의 시신이 떠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 주민이 패닉에 빠진 것으로 언론은 추정했다.

인도사 전공인 델리대의 공영수 박사는 “힌두교 신앙에서는 정(淨)한 것과 부정(不淨)한 것이 확실히 구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 입장에서는 그 호수의 물을 마시면 위생적 오염뿐 아니라 영적으로 부정하게 돼 힌두교도의 정체성까지 오염될 수 있다고 두려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고 체계에 에이즈에 대한 오해까지 더해져 이번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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