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때문에 실제 미국인들이 싸웠던 이유

2020년 3월 24일   김주영 에디터

미국에서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작인 ‘기생충’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제목이 말하는 기생충은 누구인지에 관한 논쟁이 불붙었다. 계급 갈등을 다룬 이 작품을 두고 ‘부자가 기생충이다’ ‘가난한 사람들이다’, 심지어는 ‘남북한’ ‘계획’이 기생충이라는 독특한 주장까지 나왔다.

논쟁에 불을 붙인 이는 미국 코미디언이자 감독, 작가인 닐 브레넌으로, 지난 10일 “기생충이라는 핵심 상징이 잘 쓰인 것 같지 않다”면서 “기생충이 부자를 말하는가, 가난한 이들을 말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4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그의 계정에는 그후 며칠간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우리 모두로부터 인간성을 빼앗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기생충”이라고 했고 브레넌은 “부자는 기생충이 아니다. 고용인들에게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값을 지불한다. 반면 고용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부자를 착취한다”고 응수했다.

한 댓글은 기생충에 나오는 인물인 김씨의 “계획이 없으면 실패도 없다”는 말을 인상깊게 들은 듯 “기생충은 ‘계획'”이라고 했다. “인생의 어떤 계획을 세우는 순간 계획은 기생충이 된다”며 이 트위터 사용자는 “좋은 인생을 살려면 계획없이 순간을 살라”고 조언했다.

가장 많은 주장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우리를 서로서로에 대한 기생충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일부 댓글은 의미심장하게 “남한과 북한에 대한 상징같다”면서 “남북한 시민들이 상대를 이렇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누가 기생충이냐에 대한 감독 자신의 대답은 “부자와 빈자 모두 기생충”이라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가난한 가족이 슬금슬금 잠입하는 이야기라 기생충은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 매우 명백한 것 같지만 반대로 보면 부자도 노동 면에서 기생충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설거지조차 못하고, 자신을 위해 운전도 못해 가난한 가족의 노동을 빨아먹는다”면서 “그러니까 둘 다 기생충”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영화 ‘기생충’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