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뿐만이 아니다…야만적 유적파괴의 역사적 사례들

2015년 8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시리아의 2천년 된 고대 신전 바알 샤민 신전을 무참히 폭파하면서 IS의 야만적인 문화재 파괴 행위에 대한 공분이 끓어오르고 있다.

IS는 신전의 기둥마다 폭발물을 설치하고 폭파시킨 뒤 폐허가 된 사진을 공개하는 등 ‘죄질’이 야비하기 짝이 없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귀중한 문화, 종교 유산들이 침략자들의 손에 무너진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AP통신은 26일 정복지 주민의 정신과 사상을 뿌리 뽑으려는 이러한 유산 파괴 행위는 역사적으로 인종, 종교 분쟁이 있었던 곳이면 늘 있었다면서 그 대표적 사례들을 모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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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월 예루살렘 ‘통곡의 벽’으로 향하는 모습(AP=연합뉴스)

 
◇ 예루살렘 성전 파괴

로마군은 기원후 70년 예루살렘에서 로마 통치에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나자 당시 고대 유대교의 중심이 되는 곳이었던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했다.

예루살렘 성전은 당시로부터 500년 전 바빌로니아 인들에 의해 무너졌다가 재건축됐으나 또다시 파괴되는 운명에 처하고 만 것이다.

현재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는 서쪽 벽만이 남아있는데, 이곳은 오늘날 수많은 신자들의 성지로 변모했다.

◇ 스페인 교회·사원들의 수난

= 8세기 이슬람 세력의 스페인 침략으로 교회들은 파괴되거나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 ‘레콘키스타'(국토회복운동)를 통해 15세기 가톨릭 세력이 다시 스페인 국토를 되찾자 이번에는 반대로 이슬람 사원이 파괴되거나 교회로 뒤바뀌었다.

또 1492년 페르디난드 2세와 이사벨라 여왕이 유대인 추방을 명령하면서 유대교 회당도 교회로 바뀌는 수난을 맞기도 했다.

◇ 종교개혁 시대 무너진 성당

=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당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지에서 신교도 무리들은 수백 곳의 성당을 공격하고,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그곳에 있던 성인들의 조각상과 벽화 등을 파괴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헨리 8세 때 수장령(영국내 교회를 관리하는 모든 권한이 국왕에게 있음을 선포한 법령)이 선포되면서 수도원이 해산되고 유물과 재산이 몰수되는 피해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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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 사원 발굴 모습(AP=연합뉴스)

◇ 아스텍 신전 파괴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는 1521년 아스테카 왕국(지금의 멕시코)을 점령하고서 토착 종교를 뿌리 뽑겠다는 목적으로 마요르 사원을 포함한 신전들을 파괴하고 그 위에 가톨릭 교회를 지었다.

1970년 멕시코시티에서 지하철 공사로 땅을 파는 과정에서 파괴된 사원 유적 일부가 발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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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월26일 예루살렘 ‘통곡의 벽’으로 향하는 모습(AP=연합뉴스)

 
◇ 베이징 이화원과 인도 바브리 사원

제2차 아편전쟁 중이던 1860년 영국군은 중국이 영국 외교관들을 고문, 처형한 데 대한 보복으로 청나라 황실의 여름별궁인 이화원을 불태웠다.

또 인도에서는 1992년 과격 힌두교도들이 뉴델리 동쪽 550km 지점에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요디아에서 바브리 이슬람 사원을 파괴, 인도 최악의 종교갈등으로 꼽히는 바브리 폭동을 촉발했다.

이 폭동으로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충돌하면서 무려 2천명이 넘게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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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 사원의 발굴 모습(AP=연합뉴스)

◇ 탈레반 석불 파괴

20세기 들어서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군사정권이 세계적 문화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무참히 파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유엔 189개 회원국이 총회 특별회의를 소집해 불상 파괴행동을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통과시키는 등 국제사회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끝내 불상 파괴를 단행, 세계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탈레반 정부는 불상 파괴가 1992년 인도 바브리 이슬람 사원 파괴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 이라크 전쟁중 문화유산 수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고대 이라크 도시 바빌론을 군사기지로 삼으면서 바빌론의 고대 유물들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피해를 당했다.

유네스코가 2009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바빌론 성문이었던 ‘이슈타르 게이트’와 고대 도로인 ‘프로세셔널 웨이’가 심하게 훼손했고 바빌론 도서관과 네부카드네자르 박물관, 함무라비 박물관에서 유물을 약탈하거나 파괴하는 일도 잇따랐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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