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려워요”…중국 유학생이 분석한 한국어 높임 표현

2015년 8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박사학위서 설문조사 “어휘 다양·문화 차이, 교수법 개선 필요”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① 교수님, 철수씨가 아직 안 왔습니다. ② 교수님, 철수씨가 아직 안 오셨습니다. ③ 교수님, 철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 ④ 교수님, 철수께서 아직 안 왔습니다.

이 중 올바른 높임 표현은 무엇일까.

정답은 ‘교수님’을 문장의 주체인 ‘철수씨’보다 높인 ① 교수님, 철수씨가 아직 안 왔습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한국인들도 종종 헷갈리는 이런 높임 표현이 외국인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어의 높임 표현은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는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높임 표현에 익숙한 중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최근 청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인 유학생 진즈(金芝·32)씨가 논문 ‘한국어 높임 표현 교육 개선 방안 연구’에서 이런 실상을 엿볼 수 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진즈씨는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들이 체감하는 한국어 높임 표현의 어려움을 알아보고자 중국 내 학습자 35명과 국내 유학생 35명 등 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 중 ‘교수님, 철수씨가 아직 안 왔습니다’를 맞힌 응답자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설문에 응한 70명 중 64.3%인 45명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어 높임 표현이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복잡한 문법과 어휘’, ‘문화 차이’ 등을 꼽았다.

높임 표현 중 가장 어려운 요소는 68.6%(48명)가 ‘다양한 어휘와 조사’를 들었다.

행위를 발생시키는 주체와 행위의 대상인 객체 중 누구를 높여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는 어휘와 조사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설문 대상자의 20%가량은 주체 높임이나 객체 높임과 같은 개념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중국인 시각에서 한국 사회의 복잡한 친소 관계나 상하 관계는 높임 표현 학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진즈씨는 전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두 해 차이로도 상하 관계가 엄격한 학교의 선후배 관계나 직장의 직위 체계 등이다.

진즈씨는 “중국에서는 나이 차이가 있어도 친근한 경우 윗사람 이름도 부를 수 있다. 존댓말을 하면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문화차이 때문에 높임 표현에서 오류가 흔히 나타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습자들 대부분 한국어 높임 표현은 예의와 존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어렵지만 올바른 한국어 높임 표현을 습득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교수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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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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