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4세 학생, 교실에서 30명 붙잡고 권총 인질극

2015년 8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교사·경찰 설득으로 비극 피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에서 14세 학생이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30명에게 권총을 겨누고 인질극을 벌이는 섬뜩한 사건이 벌어졌으나, 교사와 경찰의 침착한 설득으로 자진 투항해 비극을 피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오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중부에 있는 인구 3천여 명의 작은 도시 필리피의 필립바버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신원이 발표되지 않은 14세 소년이 교사 1명과 학생 29명에게 총을 겨누며 학교 2층의 교실을 장악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관이 학생의 투항을 유도한 덕분에 사망자나 부상자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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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판매되는 총기류(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년을 자극하지 않고 교실 내 질서를 적절히 유지한 교사도 참극을 막은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교사는 다음 수업을 위해 다른 학생들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하면 차분하게 돌려보냈다.

돌아간 학생들이 상황을 다른 교사에게 알린 덕분에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었다.

인질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바버 카운티의 제프리 우프터 장학관은 “교사가 소년을 가라앉히고 교실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적적인’ 일을 해냈다”며 경찰 당국도 협상으로 인질 석방과 소년의 투항을 끌어내는 “놀라운 일을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경찰은 청소년 사건이라는 점을 들어 범행 동기나 범인의 신원 등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소년은 병원에서 정신감정을 받은 뒤 사법처리될 예정이다.

미국은 총기사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흑인교회, 해군시설, 영화관 등지에서 테러를 방불케 하는 총기난사 사건이 줄을 이었다.

지난달에는 7세 아이가 총을 갖고 놀다가 탄환이 발사돼 함께 있던 3세 아이가 숨졌으며, 지난주에는 2살 아기의 실수로 발사된 총에 아빠가 맞아 숨지는 등 비극이 잇따라 빚어졌다.

총기범죄를 분석하는 미국 웹사이트 ‘총기난사 추적자'(Mass Shootings Tracker)에 따르면 올해 1∼7월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212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하루 한 건꼴로 총기난사로 인한 참극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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