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 한걸음씩 제자리로” 반민정의 새로운 시작

2021년 12월 2일

“용기를 내서 한걸음 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대전 블루스’는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줬던 정말 고마운 영화예요.”

배우 반민정은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대전 블루스'(감독 박철웅)로 오랜만에 관객을 만난다. 인터뷰 내내 그는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영화” “치유가 됐던 영화”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 법적 분쟁을 겪었던 탓에 한때 배우라는 직업을 포기해야 할까 싶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낸 적도 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대전 블루스’ 주연 캐스팅 제의가 왔고, 영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재확인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됐다.

반민정이 출연한 ‘대전 블루스’는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 중인 정신과 전문의 강수연(반민정 분)과 말기 암 환자들, 그들의 가족간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로 김용을 작가의 희곡 ‘손님’을 원작으로 한다. 극 중 강수연 박사는 자애로운 품성을 지닌 정신과 전문의로, 죽음을 앞두고 감정의 기복이 커지는 환자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인물이다. 또한 극 전개가 거듭될수록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밀을 점차 드러내는 모습으로, 반민정은 반전의 강수연 박사를 통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에도 도전했다.

“용기를 내서 한걸음 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대전 블루스’는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줬던 정말 고마운 영화예요.” 배우 반민정은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대전

영화에서 반전을 풀어내는 연기의 과정도 큰 도전이었지만, 오랜 법적 분쟁을 겪고 대중들 앞에 나서기도 결코 쉽지 않았다. ‘대전 블루스’라는 기회, 연기에 대한 여전한 애정,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응원 한마디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반민정은 이제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용기를 내셨으면 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20년차가 된 배우이자, 대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대전 블루스’를 계기로 신인의 마음으로 어떤 역할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여전히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한걸음씩 노력 중인 반민정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서초구 한 카페, 영화 ‘대전 블루스’ 배우 반민정 인터뷰. 2020.4.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대전 블루스’ 개봉을 앞둔 소감은.

▶힘든 시간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용기를 내서 한걸음 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오랜만에 이렇게 관객 분들 곁에 찾아올 수 있어서 매 순간 순간들이 소중하고 기쁘다. 그동안 진실을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SNS를 몇 년 동안 닫아놨다가 용기를 내서 최근에 다시 공개를 했는데, SNS를 통해서도 ‘힘들지만 이겨내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고 있다. 점차 사람들과도 소통하면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한다.

-영화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그 당시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영화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주제나 이야기가 당시에 크게 공감이 된 부분들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있어서 무겁게 보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그 주제를 통해 힐링과 치유를 얻으실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

-정신과 의사 강수연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이유에서 끌렸나.

▶처음에 제안 받은 역할은 강수연 역할이 아니었고 조연 역할이었다. 미팅 후에 감독님과 영화사 대표님이 강수연 역할을 제안하시더라. 그때 놀라서 ‘저를 캐스팅하셔도 되냐’고 오히려 여쭤봤었다.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저라는 배우를 좋게 봐주셔서 감독님과 대표님을 믿고 하게 됐다. 이 인물을 연기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복잡한 사연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부분들이 저를 치유해주기도 했다.

-감독이 왜 강수연이라는 역할을 제안했다고 생각했나.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여쭤봤다.(웃음) 여쭤보니까 감독님이 오히려 용기를 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제게 열의가 보였다고 하셨다. ‘그런 모습이 보였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알아봐주시고 시나리오도 맞게 수정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서울 서초구 한 카페, 영화 ‘대전 블루스’ 배우 반민정 인터뷰. 2020.4.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서초구 한 카페, 영화 ‘대전 블루스’ 배우 반민정 인터뷰. 2020.4.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정신과 의사 역할을 위해 준비한 부분도 있었나.

▶처음에는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적인 부분이 굉장히 낯설었다. 그래서 이 직업에 대해 많이 검색을 해봤고 실제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 뵙고 어떤 진료를 하시는지도 지켜봤다. 하지만 강수연은 지적인 의사이면서도 따뜻함이 많은 인물이기도 했다. 자신이 상처를 받으면서도 환자들을 먼저 생각하고 치유하려고 하는 역할이다. 또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사연이 많다는 점인데 그 부분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하려고 했었다. 중요한 건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캐릭터를 잡아갈 수 있는 선장 역할을 잘 해주셨다. 다른 영화에 비해 사전 준비 과정이 많았는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미리 만나서 실제 촬영하는 것처럼 연습했고 예비 촬영을 하기도 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갔을 땐 촬영 전 준비 과정과 비슷하게 흘러가서 갈수록 더 신뢰감이 커졌다.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는 영화인 만큼, 작품의 주제에 대해 고민했을 것 같다.

▶삶과 죽음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당시 힘들었던 시기와 겹쳐서 작품을 하게 되니까 ‘앞으로 나는 내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접할 것인가’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인데 나는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나는 과연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계속 하게 됐다.(눈물) 그러면서도 제가 힘들 때 버팀목이 돼준 분들이 더욱 소중해지더라. 나도 그 분들이 힘들 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다.

-극 중 강수연 박사는 누구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다. 책임감도 강하고 마음도 따뜻한 인물인데, 실제 반민정과 접점이 있는 인물이기도 했는지.

▶어린 시절 집에서 내가 피해보더라도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는 얘길 많이 듣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자신과 자신의 가정이 상처 받는 것을 감내하면서도 환자를 먼저 걱정하고 도와주려 하는 강수연의 모습에 공감이 많이 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까지 감내하면서 타인을 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올바른 상호작용은 아닌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보며 남을 위하는 방법을 찾아가보려 한다. 강수연 박사가 남을 돕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갔듯, 저 역시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강수연 박사의 성품과 같은) 그런 부분을 닮고 싶다.

“용기를 내서 한걸음 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대전 블루스’는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줬던 정말 고마운 영화예요.” 배우 반민정은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대전

-환자들과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연기가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강수연 박사에게 비밀이 있어서 쉽지 않았다. 반전이라고 볼 수 있는 비밀이 있는데 그 부분을 잘 소화해내려고 했다. 실제로 (그 비밀에 해당하는 일처럼)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고, 감독님께서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다. 아마 저와 마찬가지로 많은 배우들이 강도 높은 감정 연기를 할 때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

서울 서초구 한 카페, 영화 ‘대전 블루스’ 배우 반민정 인터뷰. 2020.4.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서초구 한 카페, 영화 ‘대전 블루스’ 배우 반민정 인터뷰. 2020.4.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강수연 박사가 환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각 환자들과 관련된 사람을 연기하기도 하는데 이 장면들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연극적인 장면이기도 한데, 그래서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 준비부터 시작해서 소통도 많이 하고 얘기도 많이 들었다.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이해가 안 되면 연기가 힘들다. 감독님이 결국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셔서 설득됐고, 다행히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극 중 강수연 박사가 환자들에게 해주는 조언들이 있는데 그 부분이 힐링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조언이 있다면.

▶’마음의 병은 오히려 드러내줘야 나을 수 있어. 터질 건 자연스럽게 터지게 놔둬야 해. 그래야 서서히 아물기라도 하지’라는 강수연의 말에 조소영 박사(이지현 분)가 ‘너무나 오래돼서 화석처럼 굳어버리면 어떡하죠?’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 말에 강수연이 ‘상처가 깊은 만큼 치유하는 시간도 길어야겠지’라고 답한다. 제 상황과 비슷하다 느낄 정도로 공감이 갔다. 감내하고 침묵하면 언젠간 알아주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그때그때 소통하고 더 많이 열어두고 용기를 내야겠다 생각하게 됐다. 아직 치유의 과정인 것 같긴 한데, 빠르진 않지만 조금씩 한걸음씩 내디뎠다는 것에 많이 응원을 해주셔서 앞으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대중들이 반민정이라는 배우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맡았었는데 아무래도 개성 강했던 역할들을 많이 기억해주시더라. 저라는 사람은 사람을 좋아하고 따뜻한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연기를 통해 그런 마음들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그동안 연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연기를 사랑했고 열정을 가졌던 직업이었다. 정말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었고, 계속 사람들과 소통하며 현장에 있겠구나 싶었는데 상처를 받았다. 그때 ‘다른 일을 찾아야 하나’ 싶었다. ‘다른 일을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걸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결국 할 수 있는 게 연기 밖에 없더라. 촬영 현장에 나가서 소통하는 작업들이 즐겁다는 걸 더욱 깨달았다. 저라는 배우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다. 지금은 제가 용기를 냈다. 두려워 했던 부분들이 기우였다 생각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용기를 주시니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 저도 한때는 나도 사라지나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용기를 내서 한걸음 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대전 블루스’는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줬던 정말 고마운 영화예요.” 배우 반민정은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대전

서울 서초구 한 카페, 영화 ‘대전 블루스’ 배우 반민정 인터뷰. 2020.4.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그때 돌아온 현장은 어땠나.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버틸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감독님, 스태프 분들 모두 표현이 안 될 만큼 감사하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 했다. 다른 주변 상황이 힘들었지, 연기하거나 촬영장에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많이 극복해야겠다 생각했고, 이겨낼 수 있도록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주신 스태프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카메라 앞에 설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연기를 위해 용기를 낸 것이기도 한데 2001년 데뷔 이후부터 한 길만 걸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반민정이라는 사람은 내성적이고 말도 잘 못한다. 그냥 이렇게 두면 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게 저다. 스스로 답할 때가 많을 만큼, 남에게 혹시나 피해가 갈까봐 얘기를 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동안 했던, 뚜렷한 캐릭터들 때문에 저의 본래 모습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감독님께서 편한 표현으로 바보 같다고도 하셨다. (웃음) 강수연 박사 연기를 할 때는 다른 모습이 나오는데, 저 역시도 연기를 통해 다른 인물로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연기가 좋은 것 같다.

-2001년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돌이켜봤을 때 배우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나.

▶저는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고 배역들이 다 즐거웠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좋은 대본과 감독님, 좋은 배우들 그리고 제작진이 있는, 상호간의 신뢰가 충분히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줄 수 있는 연기도 하고 싶고 그렇게 만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한 카페, 영화 ‘대전 블루스’ 배우 반민정 인터뷰. 2020.4.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서초구 한 카페, 영화 ‘대전 블루스’ 배우 반민정 인터뷰. 2020.4.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대전 블루스’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제가 가장 어렵고 힘들 때 손 내밀어준 작품이고, 힐링이 된 과정들이 있었던, 너무 소중한 작품이다. 한때 힘들어서 배우 생활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기회가 생겼고 본래 주연이 아닌데 주연도 됐고, 배우로서 반민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작품이 극장 개봉도 하게 되면서 성장한 모습으로 관객들도 만날 수 있게 됐고, 배우로서 새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해봤지만 마냥 강인한 캐릭터가 아니라 입체적인 모습도 보여준 부분에서 저의 또 다른 이미지와 가능성을 발견해주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영화가 웰다잉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힐링을 주는 메시지도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너무 어렵게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대학교에서 꾸준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오히려 연기 갈증을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풀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신인의 마음으로 어떤 역할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과 따뜻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