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에 제사상 차린 상인, 경찰이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2022년 11월 2일   김주영 에디터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한 현장에 차려진 상인의 제사상..시민들 ‘울컥’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제사상 찰린 이태원 상인
이태원 참사 현장 상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사망자 155명, 부상자 150명. 세월호 이후 최대 희생자를 발생시킨 대규모 참사에 전국민들이 슬픔에 잠겨 있는 지금, 그 누구보다 슬픈 사람들은 아마 이태원 거주민, 이태원 상인들일 것이다. 최근 참사 직후 이태원의 한 상인회 참사 발생 장소에서 ‘제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일 MBC PD수첩은 ‘긴급 취재 이태원 참사’ 편을 보도했다. 방송에는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에서 제사를 지내는 한 상인의 모습이 공개됐다.

사고 발생 지점이기 때문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을 수습 중이었지만, 이 상인은 가게에서 초 2개와 국과 밥, 과일 배·감 등을 담은 쟁반을 들고 나온 뒤 골목 한가운데 돗자리를 폈다. 돗자리에 자신이 차려온 제사상을 올린 그는 신발을 벗고 절을 올린 뒤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흐느끼듯 어깨를 들썩였다.

이 상인은 알고보니 참사 당일 사람들을 도왔던 인물이다. 그는 압사 사고가 벌어지자 곧바로 가게 문을 개방해 많은 부상자를 구했다. 그러나 여전히 큰 죄책감에 휩싸여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젊은 생명들이 그가 보는 앞에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제사상 차린 상인
이태원 참사 골목 제사

골목을 통제 중이던 경찰은 같이 슬픔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상인의 행위를 통제했다. 그러자 상인은 “이러시면 안된다. 이거는 봐줘야 한다. 여기는 현장이다. 아이들한테 밥 한 끼는 먹여야 하지 않겠냐”고 울먹였다.

경찰 여러 명이 나서 그가 차린 제사상을 치우려고 하자, 상인은 “그러지 말아달라. 저기(제사상)는 놔둬라. 손도 대지 마라”며 울부짖었다. 실랑이 끝에 결국 경찰도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은 자리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우는 상인의 어깨를 다독이고 위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골목에는 상인의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PD수첩의 가슴 먹먹해지는 영상에 시청자들 역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청자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평소에도 친절하고 멋있으셨던 사장님이시다. 그날 맨발이었던 많은 사람에게 신발까지 나눠주시고 마지막에 밥도 든든하게 챙겨주시는 따뜻한 마음씨가 꼭 사장님께 큰 은혜로 되돌아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태원 상인 위로하는 경찰
이태원 상인 위로하는 경찰

이태원 압사 참사 결국 윤석열 정부 ‘공식 사과’

한편 이태원 압사 참사 대응 부실 논란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결국 사과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사흘 만에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공식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과
이태원 참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과

이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더욱 사고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을 하고 대형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는 “경찰의 사고원인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씀드린 것이지만,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주영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help@goodmakers.net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