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잡으려다 오히려 감방 갈 위기에 처한 경찰관들의 현재 상황 (+혐의)

2022년 12월 15일   박대성 에디터

외국인 마약사범 잡다가 재판에 넘겨진 경찰들

외국인 마약사범 검거 경찰관 독직폭행
뉴스1

최근 현직 경찰관 5명이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독직폭행은 직무를 더럽히는 행위를 말하는데, 공무원이 직무를 남용해 폭행을 저질렀을 때 ‘독직폭행’ 혐의가 성립된다. 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폭행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형법 제125조는 “재판, 검찰, 경찰 그 밖에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형사피의자나 그 밖의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기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외국인 마약사범 검거 경찰관 독직폭행 재판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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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들이 마약사범을 체포하며 수차례 머리와 몸통을 발로 밟고, 경찰봉으로 때렸다”며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대구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독직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대구 경북경찰서 소속 A(51)경위를 포함한 총 5명의 경찰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징역 2년에 자격정지 3년, 징역 3년에 자격정지 5년 등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A경위 등은 지난 5월, 경남 김해의 한 숙박업소에서 필로폰 판매 및 불법체류 혐의가 있는 외국인을 체포하며 수차례 폭행했다. 또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는 등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며, 영장 없이 확보한 마약을 근거로 현행범 체포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 “형사소송법 대원칙 위배” VS 경찰 “부득이하게 물리력 행사”

검찰 형사소송법 대원칙 위배 경찰관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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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찰 측은 실형을 구형한 이유에 대해 “피고인(경찰관)들은 수사의 모든 절차에서 형사소송법과 영장주의 대원칙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불법 수사로 인해 마약 사범을 처벌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형사소송법상 ‘독수독과’ 원칙에 따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경찰 측은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경찰 측은 “현행범 체포 요건에 맞게 마약사범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면서 “체포 과정에서 마약사범이 강력히 저항해 부득이하게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였다.

A경위는 최후진술에서 “동료 경찰관들과 국민 여러분에게 미안한 마음이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마약 총책에 대한 제보를 접했다면 어떤 경찰관이건 체포를 위해 현장으로 뛰어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사건에 선고는 내년 1월 31일에 나올 예정이다.

독직 폭행 등 기소 2년새 9배 증가

독직폭행 가혹행위 수사기관 반인권적 수사
법무부

정부가 증거 중심의 인권 친화적 수사를 표방하지만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반인권적 수사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책 및 제도만으로는 인권보호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며 엄정한 처벌은 물론 수사기관을 상대로한 예방 교육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이 독직폭행,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건수는 9건으로 집계 됐다. 2020년 4건 대비 약 2배나 증가했으며, 2019년 1건 대비로는 무려 9배가 급증했다. 2018년에는 3건이었다.

그동안 수사기관의 반인권적 수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2년 10월 피의자가 서울지검 강력부 수사팀에게 물고문, 가혹행위를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민주화 이후에도 반인권 수사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독직폭행과 가혹행위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연 평균 1000건에 달하는데도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경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독직폭행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총 15명에 그쳤다. 이들은 감봉(8명), 견책(7명) 등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독직폭행 가혹행위 수사기관 반인권적 수사 비판
뉴스1

문제가 거듭되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검찰에 인권감독관 제도를 도입하고 2021년 4월에는 인권보호관으로 확대 시행했다.

인권보호관은 불구속 수사 원칙이 이행되는지, 각 수사 단계에서 위법한 인권침해 요소가 없었는지 점검하는 자리다. 현재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창일 당시 검언유착 사건 갈등으로 폐지됐던 대검찰청 인권부 복원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헌법 제27조 4항에 규정된 무죄추정의 원칙이 간과되는 등 법과 현실 간에 각극이 여전하다며 수사기관의 인권 감수성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을 지낸 조현욱 변호사는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강압적 수사를 하고 무죄추정 원칙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면서 “검사, 수사관의 인권감수성을 키우고 어떤 경우에 독직폭행, 가혹행위에 해당하는지 사례 중심의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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