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받고..” 요즘 갑자기 당근마켓에서 신종 돈벌이로 이용된다는 의외의 물건

2022년 12월 26일   박대성 에디터

달력 받자 마자 되판다? 은행들 ‘2023년 달력’ 배포 시작…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글 속출

은행권들 2023년 달력 배포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중인 우리은행 달력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로 해마다 인기몰이를 하는 은행 달력을 최근 당근마켓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되파는 고객들이 많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지난 11월 넷째 주부터 내년도 달력을 각 지점으로 배부해 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후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전달 23일부터 달력을 팔겠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오전 12시 기준 은행 달력을 팔겠다고 올라온 게시글 수는 76개다.

2023년 달력 당근마켓 중고거래 플랫폼 판매 속출
중고나라

지난 해 12월 한 달간 국내 5대 은행에서 제작한 2020년 달력을 거래 물품으로 올린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총 840건에 달했다. 거래가 가장 많았던 은행 달력은 우리은행으로 264건을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은 192건, NH농협은행은 164건, 신한은행 117건, KEB하나은행 103건 순이였다.

은행 달력이라고 해서 다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은행에따라, 일반용인지 VIP용인지 따져 ‘급’에 따라서도 가격에 차이가 있다. 보통 벽걸이용 달력은 5000~1만원 선에서, 탁상용 달력은 5000원 선에서 가격이 매겨진다. 특히 하나은행에서 VIP 고객에게 제공하는 벽걸이 원화 달력은 용지가 고급인데다 특수방식으로 인쇄해 포장상자를 포함해 15만원에 매물이 올라 왔다.

홍보용으로 만들기에 은행들은 디자인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신진 화가에 그림을 삽화로 활용하거나 고급 한지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연출하기도 한다. 홍보용으로 활용하다보니 고객들이 많이 찾아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한켠에선 여러 지점을 돌면서까지 복수의 달력을 수령해 다시 되판매까지 나서는 것은 씁쓸하다는 게 은행들의 반응이다.

2023년 달력 당근마켓 중고거래 플랫폼 판매
온라인 커뮤니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달력을 달라고 아우성인 고객들 때문에 곤욕이라는 은행원들의 토로도 올라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개인이 되파는 것에 대해선 별도의 방법이 없기에 일자별로 배분량을 조정하는 등 각 기점별로 고객들이 최대한 많이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매년 추이를 보면 통상 12월 둘째 주 즈음해서 달력 재고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종이 달력의 인기 시들한데, 은행 ‘달력 마케팅’ 뜨거운 이유는?

은행 달력마케팅 종이달력 발행량
연합뉴스

스마트폰에 밀려 종이 달력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은행 달력은 예외다. ‘은행 달력을 벽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종이 달력 발행량을 줄이면서 은행 달력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력 제작 부수는 약 505만 부로 작년(509만 부)보다 4만 부 가량 줄었다.

과거에는 종이 달력이 은행의 마케팅 효과로 통했다.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 식당 등에 은행 로고가 들어간 달력이 한 번 걸리면 1년 내내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달력을 얼마나 많이 배포하느냐가 영업력의 척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연말이면 말단 은행원들이 달력을 한아름 들고 나가 주택과 상가 곳곳을 누비며 뿌리기도 했다.

은행 달력마케팅 신년달력 배포 종료 안내
연합뉴스

이후 은행 발행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인 2010년대 들어서다. 스마트폰 달력이 종이 달력을 대체하면서 전반적인 종이 달력 수요가 감소했다. 여기에 은행들이 ESG 경영을 위해 종이 줄이기 캠페인을 하면서 감소 속도는 더 빨라졌다.

하지만 ‘은행 달력이 재물복을 가져다준다’는 속설 때문에 수요는 꾸준하다.

달력이 발행되는 연말에는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에도 은행 영업점 곳곳에는 ‘신년 달력이 조기 소진돼 배포를 종료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은 걸 볼 수 있다.

수요 만족과 환경보호까지 실천하는 방법으로 달력 배포 방식 바꾸고 있어

은행 달력수요 환경보호 ESG
우리금융그룹

이에 은행들은 수요를 만족시키면서 환경보호까지 실천하는 방법으로 달력 배포 방식을 바꾸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까지 KB스타뱅킹앱에서 2023 탁상용 달력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다. 신청자 중 1만명을 추첨으로 뽑아 2부씩 자택주소로 달력을 보내줬다. 하나은행도 12월 한달간 하나원큐앱에서 매일 선착순 3000명을 선정해 우편으로 달력을 배송해준다. 달력 1부당 100원의 기부금을 적립해 청소년 지원사업에 전달한다.

두 은행은 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래너’도 배포했거나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이패드 메모장 기능을 이용해 일정관리를 하는 MZ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5일까지 KB스타뱅킹 및 리브 Next 이벤트 페이지에서 2023년 갓생(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 목표를 입력한 전원에게 디지털 플래너를 무료 배포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앱에서도 내년 1월부터 디지털 플래너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내년 종이달력의 테마를 ‘친환경 ESG’로 정했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에서 인증받은 친환경 종이를 사용했고, 쉬운 재활용을 위해 탁상형 달력 지지대의 코팅을 없애고 종이 포장지를 활용했다. 벽결이 달력 상담의 플라스틱 홀더도 종이로 바꾸고, 자연의 소중함을 담은 그림들을 배경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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