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요정의 죽음’

2015년 10월 2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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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1989년 모 전자제품 TV 광고에 등장한 ‘요정’이 이렇게 말했다. 순간 대한민국은 최진실(崔眞實·1968∼2008) 신드롬에 걸렸다. 목소리는 성우 권희덕의 것이었지만, 대중은 최씨가 보여준 밝고 귀여운 이미지, 발랄함이 뒤섞인 적극적인 여성상에 환호했다.

최씨는 1992년 MBC 드라마 ‘질투’를 시작으로 1990년대 내내 트렌디 드라마 열풍을 주도했다. 광고 140여 편, TV드라마 20여 편, 영화 10여 편에서 주연 배우 등으로 활동하며 ‘최진실 신드롬’을 일으켰고, ‘국민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TV 브라운관 밖 현실에서 최진실은 갖가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데뷔 초기 매니저였던 배병수가 전 로드매니저에게 살해됐는가 하면, 프로야구 스타 조성민과의 결혼·이혼 과정에서 언론의 과열에 가까운 관심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에서 확산된 루머 탓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특히 2008년 9월 배우 안재환이 숨진 뒤 ‘최씨가 관련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루머 등으로 고통받던 그녀는 결국 2008년 10월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9년 8월에는 한 남성팬이 최씨의 묘를 훼손하고 유골을 훔쳐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여 만에 동생 최진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전 남편 조씨마저 2013년 초 세상을 떠나면서 한국을 충격의 끝으로 몰아갔다. 최씨의 죽음 이후 연예인의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당연한 권리 행사’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변화가 생겼지만, ‘요정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남긴 상처는 쉽사리 씻겨 없어지지 않았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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