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반책?” 모르면 당한다는 요즘 카카오 T 퀵 마약 거래 수법

2023년 2월 22일   이규연 에디터
카카오퀵 묻지마 마약 운반

졸지에 마약 운반책 된 퀵 서비스 기사

졸지에 마약 운반책 된 퀵 서비스 기사
퀵서비스 기사 A씨

최근 국내 마약 관련 범죄가 증가하는 한편, 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방법도 갈수록 대범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이에 졸지에 마약 운반책이 될 뻔한 퀵배송 기사와 이에 대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대응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카카오 배송 플랫폼의 배달 기사가 수상한 약봉지를 배달하다가 마약사범이 될 뻔한 사연이 알려졌다.

배달기사 김모 씨는 인근의 한 야외 주차장에서 약을 전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약 봉투에는 아무런 글자가 없었고 약을 전해달라는 장소도 집이 아닌 우편함이었다. 수상함을 느낀 김 씨는 약을 들고 근처 약국을 찾았다가 깜짝 놀랄 말을 들었다.

기사가 마약 운반 알렸음에도.. 카카오 모빌리티 “그냥 배송해라”

퀵서비스 마약 운반 카카오 모빌리티 대응
퀵서비스 기사 A씨

약국에서 확인한 결과 약의 이름은 ‘산도스 졸피뎀’이었다. 졸피뎀은 수면제로 쓰이지만 의존성 등 때문에 마약류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품이다. 약사는 김 씨에게 마약류 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졸피뎀을 소지하거나 제공하면 불법이라고 전했다.

김 씨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 씨는 졸지에 마약류 운반책으로 몰릴 수 있다는 생각에 카카오 모빌리티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돌려주거나 배송하라는 것이었다. 김 씨는 자신의 전화번호는 물론 실시간으로 위치가 노출되는 상황이라 배송을 포기한 채 집으로 향할 수도 없었다.

결국 김 씨는 경찰서를 찾았고, 경찰이 회사에 연락하고 나서야 배송 취소와 기록 삭제 조취가 취해졌다. 약을 압수한 경찰은 배송을 의뢰한 20대 남성과 구매 시도자에 대한 신원을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카카오 모빌리티측은 약품을 운반할 때 처방전 여부 등을 확인하는 내부 가이드가 있지만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며 내부 교육을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서 앞에서도 마약 거래.. ‘무작위’, ‘묻지마’ 마약 운반

경찰서 앞 묻지마 퀵 배송 마약 거래 운반
묻지마 퀵 배송 신고자

일반인이 마약 운반책이 될 뻔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에도 화장품 전달을 부탁한다며 퀵서비스 기사에게 마약 배송을 의뢰한 20대 판매자와 구매자가 검거됐다. 당시 퀵서비스 기사는 전달 받은 물건의 포장 상태나 무게에 이상함을 느껴 열차를 타고 가던 중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10월에는 두 남성이 길 가던 오토바이를 붙잡고 마약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며 ‘오토바이 퀵 배송’을 의뢰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은 경찰서 바로 맞은 편에서 벌어졌다. 남성들은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서 물건을 보낸 뒤 송장을 전송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상하게 여긴 오토바이 운전자가 쇼핑백을 열어보고 신고해 해당 사건은 미수로 그쳤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는 남성들이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시켜본 솜씨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8년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의심스러운 수화물을 신고해 경찰이 마약 구매자를 검거한 일도 있다. 또 지난 2022년 10월에는 경찰이 고속버스 수화물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마약을 사고 판 일당 69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운전자가 아닌 사람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 2022년 10월 제주도 가정집에 마약이 담긴 국제 우편이 도착하는 일이 있었으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기존의 거래 수법에는 주택가 소화전이나 우편함 등이 사용된다고 알려졌다.

김 씨의 사연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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