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 총기난사범 “더 많이 죽일수록 더 유명해진다”

2015년 10월 2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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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심취하고 종교 싫어한 외톨이…경찰 “증오로 가득찬 젊은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1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의 한 대학에서 총기를 난사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용의자 크리스 하퍼 머서(26)는 일찍부터 총기에 심취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은 ‘외톨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거 총기 난사 사건들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더 많이 죽일수록 더 유명해진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 CBS방송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머서는 영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다.

부친은 다른 여성과 결혼해 이복동생을 낳았고, 그는 모친과 함께 캘리포니아 주 토런스 등지에서 오래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척은 LAT에 머서는 ‘일생의 대부분’을 모친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거주하다가 최근 오리건 주로 이사갔다고 전했다.

토런스 지역 언론에 따르면 그는 2009년 스위쳐 학습센터를 졸업했는데 이 학교는 학습장애가 있거나 정서적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다.

그가 총기류와 과거 유명 총기 난사사건들에 심취했다는 목격담과 정황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머서가 살던 토런스의 아파트 단지 이웃주민들은 몇 년 전 그와 모친이 총기가 든 것으로 보이는 검은 상자를 옮기는 것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데이비드 웨슬리(45)는 바비큐 파티에서 머서에게 “총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면서도 ‘사격연습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인정했다고 전했다.

머서는 소셜미디어인 ‘마이스페이스’ 계정에 총기를 들고 찍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때 미 육군에 몸담은 적이 있지만, 무슨 이유로 전역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온라인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서는 총기난사 사건을 여러 차례 언급해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8월 미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한 ‘생방송 기자 총격사건’의 범인인 베스터 플래내건에 관한 글에서 “플래내건처럼 고독하고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이 피를 쏟을 때 전 세계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더 많은 사람을 죽일수록 더 크게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범행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는 미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서 발생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또 같은 날 밤 ‘4chan’이라는 게시판에 “만약 북서부에 있다면 내일 학교에 가지 말라”는 글을 올린 사람도 머서로 추정된다. 일부 네티즌은 그에게 범행을 부추기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온라인 활동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친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냈다”, “수줍어하고 내성적인 것 같다”는 이웃들의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인터넷에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

머서가 데이트 사이트인 ‘스피리추얼 패션스’에 올린 프로필을 보면 인종은 ‘혼혈’이고 현재 대학생이라고 돼 있지만, 이번 사건을 저지른 엄프콰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생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터넷, 좀비 죽이기, 영화, 음악, 독서’를 자신의 취미라고 소개한 머서는 종교란에 ‘종교가 없다’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해서 적은 뒤 ‘하지만 정신적(Spiritual)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묘사했다.

범행 당시 피해자들의 기독교 신앙 여부를 물어본 뒤 기독교인을 골라 사살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머서는 이 사이트에서 ‘조직화된 종교를 싫어하는 모임’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라면서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적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한 경찰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그는 증오로 가득차 있는 ‘성난 젊은이'(angry young man)”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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