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접할 수 없던 송나라의 위엄

2025년 2월 3일   eunjin 에디터

송나라, 조롱받던 ‘족발나라’의 진짜 실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송나라는 약한 나라였다. 몽골과 요, 금 등에 시달리며 오랑캐에게 굴욕을 당하던 나라. 심지어 고려 사신들에게도 개무시를 당했다는 일화까지 전해지며 ‘족발나라’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송나라의 진짜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송나라는 세계 최초로 확정지도를 개발했다. 그 세밀함은 현재의 지도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했으며, 1인당 GNP가 2,000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1078년 송나라의 철강 생산량은 무려 12만 5천 톤으로, 이는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초기의 생산량보다도 많은 수치였다. 게다가 송나라의 총 세수 중 방직업에서 발생한 수익이 전체의 0.006%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 다양한 산업이 발전해 있었다.

기술력도 뛰어났다. 세계 4대 발명품 중 화약, 나침반, 인쇄술이 송나라에서 발명되었으며, 이후에는 기계식 물시계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송나라에서는 목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고, 한술 더 떠 천연가스를 직접 시추하는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수도 개봉은 ‘불야성(不夜城)’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였다. 당시 인구는 130만 명에 달했으며, 동시기 런던의 인구가 10만 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가히 충격적인 수치다. 그뿐만 아니라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동 극장이 존재했고, 사람들이 종일 몰려들어 연극을 관람했다. 개봉은 경제적으로도 활발한 도시로, 시장에서는 약을 팔고, 점을 치며, 현옷과 음식, 공예품까지 거래되었다.

서양 학자들조차 송나라를 높이 평가한다. 하버드 대학교 토인비 교수는 “송나라는 인류의 생활에 가장 적합한 왕조였다. 만약 내가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송나라 시절로 돌아가 살 것이다.”라고 했고, 시카고 대학의 킬링 맥넬 교수는 “외세의 침략만 없었더라면 송나라는 산업혁명을 이룩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배웠던 족발나라 송나라는 허구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경제와 기술력을 갖춘 강국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