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형 위기 사우디 소년 모친, 오바마에 구명 요청

2015년 10월 15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돼 참수형과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사우디아라비아 10대 소년의 어머니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아들을 구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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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형을 선고받은 사우디 소년의 구명을 요청하는 인권단체 리프리브의 트위터처

사형수 알리 무함마드 알니므르의 어머니 누스라 알아흐메드는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에게 내려진 형벌이 지나치게 야만적이고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슬람 시아파인 니므르는 수니파 왕정인 사우디에서 시아파도 동등한 종교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달라며 시위에 나섰다가 시위 참여와 지지 호소, 총기 소지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니므르의 나이는 17세로, 니므르측은 총기 소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사우디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니므르를 참수한 후 참수된 시신을 십자가에 내걸어 공개하는 형벌을 선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앰네스티, 리프리브 등 인권단체와 미국 토크쇼 진행자 빌 마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이 사우디를 향해 참수형을 집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니므르의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하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어떻게 17살 아이에게 그런 형벌을 내릴 수 있느냐?”며 “그 아이는 누구를 다치게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훔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세상의 제일 높은 사람이고 내 아들을 구할 힘이 있다. 누군가를 구하는 것만큼 위대한 일은 없다”며 간절하게 구명을 호소했다.

사우디는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이면서도 여전히 태평, 참수형, 십자가형 등의 형벌이 남아있어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아왔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70대 영국 노인이 집에서 만든 와인병이 차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로 사우디에서 태형 350대를 선고받자 캐머런 총리가 사우디 정부에 서한을 보내 우려를 표명하고, 사우디 교정 훈련 용역을 위한 590만 파운드의 입찰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압달라 알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우리의 시스템과 사법절차, 법과 규칙을 존중해 사우디 국내 문제에 개입하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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