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만 부산 아니다!” 부산 시민들이 말하는 ‘서부산 소외’

2025년 4월 16일   정 용재 에디터

‘부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아마 10명 중 9명은 해운대, 광안리, 기장, 동래를 말할 것이다. 이른바 ‘동부산 벨트’로 불리는 이 지역은 전국구 인기 관광지이자 신도시 개발의 정점으로, 부산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 특급호텔, 프리미엄 해변, 놀이공원, 대형 백화점까지—눈에 보이는 모든 인프라가 여기에 몰려 있다. 동부산은 단지 부산이 아닌, 이미 ‘부산 그 이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발전의 반대편엔 조용히 버려진 곳이 있다. 바로 ‘서부산’이다. 강서구, 북구, 사상구, 사하구 등으로 구성된 서부산은 이름만 부산일 뿐, 타지역 사람들은 이곳이 부산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그나마 다대포 해수욕장이나 노을 맛집으로 알려진 몇몇 장소가 있지만,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해선 인지도도 -100000 수준. “다대포? 그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당당하게 말한다. “여긴 부산 아니고 서부산이다.”

시민들이 이런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부산시는 동부산 개발에만 올인하고 있다. 신도시 아파트, 관광 개발, 쇼핑몰 유치 등 굵직한 투자 사업은 모두 해운대~기장 라인을 따라 진행된다. 반면 서부산은? 도심 접근성도 떨어지고, 지하철 1호선 한 줄만 뚫려 있으며, 공항만 가까울 뿐 나머지는 글자 그대로 ‘노잼지역’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현실은 더 씁쓸하다. 서부산 주민들이 매번 “여기도 좀 개발 좀 해달라”고 외쳐도 반응은 냉랭하다. “인프라가 없으니 기업도 안 들어온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 댓글에서도 “서부산은 개발제한구역이나 다름없다”, “강서구는 땅은 넓은데 집도 못 짓고 고층도 못 올리는 구역”, “거긴 그냥 텐트 치는 캠핑지”라며 실망감이 이어진다.

반면 최근 북구나 강서구 일대에 슬슬 신도시 개발 움직임이 보이자, “드디어 관심을 갖나?”라는 희망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시민들은 “부산시는 부산 전체를 키우는 게 아니라 해운대만 부산으로 친다”며, “여긴 부산이 아니라 부산시 소속의 경계 밖이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는다.

서부산과 동부산의 격차는 단순한 지역 차이를 넘어 부산시의 정체성과 미래 전략의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 도시 안에 이토록 발전과 방치가 공존한다는 건, 결코 ‘지역민의 자조’로만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해운대가 부산의 얼굴이라면, 서부산은 부산의 민낯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