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태전은 왕비가 교태부리는곳?…’엉터리’ 관광통역

2015년 11월 5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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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국내에서 중화권 국적자가 중국인을 상대로 관광통역을 하면서 한국 역사·문화를 왜곡한 내용을 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5일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초 문체부와 지자체 등이 합동으로 벌인 단속에서 중화권 국적 관광통역사의 엉터리 설명 사례가 적발됐다.

예를 들면 한 관광통역사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왕비가 교태부리던 곳’이라고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을 소개했다. 교태전은 왕비의 침전이다. 주역 괘 ‘지천태'(地天泰)에서 따온 말로, 하늘과 땅의 기운이 조화롭게 화합해 만물을 생성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적발된 사례로는 ‘세종대왕이 술 마시다가 네모난 창살을 보고 한글을 만들었다’, ‘조선이 청나라에 미녀를 조공해 한국에는 미녀가 없다’, ‘한국 5만원권 지폐에 명성황후가 그려져 있다’, ‘가난한 조선은 중국의 부속국가였다’ 등이 있다.

이 의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수요도 급증하는데 국내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상당수가 무자격자나 중화권 국적자”라고 지적했다. 정식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8천698명 중 30.6%에 해당하는 2천662명이 외국 국적자다.

관광공사는 지난달부터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보유자를 대상으로 역사·문화재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상자는 매달 210명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보유자는 총 2만5천331명이다. 매달 210명씩 이들을 교육하려면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광공사는 내년도 관광통역안내사 역사·문화재 교육사업에 필요한 예산 12억5천만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내년 교육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무자격 관광통역안내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가능한 한 내국인이 관광통역안내를 할 수 있도록 중국어가 가능한 퇴직자를 발굴하는 등 탄력적인 인력수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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