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원업체 옷은 안 돼” 국가 못 부른 호주 가수

2015년 11월 5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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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호주인의 축제인 경마대회 ‘멜버른컵’서 공연 직전 교체

호주에서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열리는 경마대회 ‘멜버른 컵’은 대회 당일 나라 전체를 사실상 휴업 상태로 만들 정도로 호주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대회 때마다 많은 화제를 뿌리지만 지난 3일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두 가지가 관심을 모았다.

하나는 154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기수가 우승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날 호주 국가를 부르기로 한 유명 여가수가 자세한 설명 없이 막판에 교체된 것이다.

애초 국가를 부르려던 제시카 마우보이(26)는 무대 의상까지 갖추고 행사장 주변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막상 무대에 오르지 않아 다음 날 언론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등 구구한 억측을 불렀다. 마우보이는 전날 예행연습까지 마친 상태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신발 때문에 공식 후원업체와 갈등을 빚었다거나 마우보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등 소문이 꼬리를 이었다.

하지만 마우보이가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경쟁사의 옷을 입어 대회 주최 측이 후원업체를 보호한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5일 보도했다.

마우보이의 스타일리스트는 대회 주최 측인 빅토리아경마클럽(VRC)과 미리 합의된 복장 규정을 지키지 못했고, 마우보이는 결국 국가를 부르기 수 분전 무대에 오르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VRC의 최고경영자(CEO)인 사이먼 러브는 5일 성명을 통해 대회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후원자들이 큰 기여를 한 만큼 자신들은 후원자들의 독점적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우보이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에게 사과하면서도 무대에 서지 못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전하지는 않았다.

세계 3대 경마대회 중 하나로 꼽히는 ‘멜버른 컵’이 열리는 날은 호주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는 공휴일이고, 호주 전역의 직장에서는 우승마를 맞추는 내기를 하느라 온종일 들뜬 분위기다.

또 대회 장소는 축제의 장이 되면서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 방송인, 경제인 등 호주 전역에서 몰려든 명사들이 한껏 의상을 차려입고 잔치 분위기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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