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거짓말로 점철된 미국 ‘막장 경찰관’의 이중생활

2015년 11월 8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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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생전 영웅에서 사후 배신자로 비극의 주인공이 된 한 미국 경찰관의 이중생활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민이 받는 충격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폭스 레이크에서 용의자를 추적하다가 총에 맞아 순직한 폭스 레이크 경찰서 소속 찰스 조지프 글리니위츠(52) 경위는 경찰의 표상이자 영웅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용의자를 추적하던 수사 당국이 4일 글리니위츠 경위의 사인을 ‘피격으로 가장한 자살’로 결론 내리면서 세간의 평가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레이크 카운티 중대 범죄 수사반이 글리니위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6천500건과 전자메일 4만건을 샅샅이 훑어 7년간 수만 달러를 횡령한 사실을 밝혀내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던 시민들은 ‘사기꾼에게 완벽하게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약 30만 달러를 들여 연인원 400명을 수사 인력으로 투입해 용의자 추적에 사활을 건 경찰과 연방 기관 등 수사 당국도 글리니위츠를 두고 ‘철저한 배신자’라며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7일 미국 CNN 방송과 NBC 방송은 글리니위츠 경위의 비위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다. 기록을 보면, 글리니위츠 경위는 권총으로 동료를 협박하고 여성 부하 직원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하는 등 영웅과는 거리가 먼 막장 비리 경찰관일 뿐이었다.

경찰이 되고 싶은 지역의 젊은이들을 위해 경찰서가 마련한 멘토 프로그램의 책임운영자이던 글리니위츠는 지원금 중 상당액을 주택담보대출 상환, 여행, 물품 구매 등 개인 용도로 맘껏 썼다. 성인 사이트 가입도 이 돈으로 충당했다.

그는 조직폭력배를 꼬드겨 자신의 횡령 혐의를 조사하던 시청 재정 담당 공무원을 살해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줬다.

5년간 군에서 복무하고 나서 1985년부터 경찰로 활동한 그는 경찰서 대변인으로서 오랜 기간 선량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킨 골칫덩이였다.

2002년에는 경찰서 커뮤니케이션 부서와의 불화로 지원부서장에서 쫓겨났다.

2003년에는 여성 부하직원에게 5차례나 구강성교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글리니위츠 경위는 법원의 면죄부를 받았으나 1개월 정직을 피하진 못했다.

또 같은 해에 한 방에 있던 여자 직원에게 “생각보다 빨리 총알 세 방을 당신의 가슴에 박을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총을 겨눴다가 거둬들이기도 했다.

부서의 크리스마스 파티 때 여성의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어 눈총을 받는 등 동료는 글리니위츠가 부하 여성 직원과의 부적절한 성 관계로 최소 6차례 징계를 받았다고 술회했다.

부서 내 자신의 책상에 충분히 입건되고도 남을만한 양의 코카인을 소지한 것도 드러났다.

지각과 증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사 현장 무단이탈과 공공기물 파손 등 10가지 규정 위반 사례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참다못한 경찰서 내 일부 동료는 익명으로 2009년 도덕적으로 타락한 글리니위츠 경위의 징계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폭스 레이크 시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배신으로 점철된 글리니위츠의 추잡한 생활이 알려지자 30년간 그와 친구로 지낸 도니 슈미트 시장은 “그간 알고 지낸 이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면이 있었다”면서 깊은 좌절감을 나타냈다.

경찰은 글리니위츠의 부인과 아들 1명이 그의 비위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자살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글리니위츠의 유족에게 성금 1만5천 달러를 건넨 자선 재단은 이의 반환을 공개로 요청했다. 횡령의 온상이 된 경찰 멘토프로그램의 존치 여부는 안갯속에 휩싸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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