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간 007은 ‘키스면허’가 없다”

2015년 11월 20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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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인도당국 ‘스펙터’ 검열에 네티즌 패러디 봇물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영화심의당국이 영화 007시리즈 신작 ‘스펙터’의 키스신을 대폭 삭제하면서 당국을 비판하는 네티즌의 패러디가 유행하고 있다.

20일 일간 비즈니스스탠더드에 따르면 인도 중앙영화심의위원회(CBFC)는 이날 인도 전역에서 개봉한 영화 스펙터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가 여주인공인 모니카 벨루치, 레아 세이두와 연기한 키스신이 지나치게 길다며 절반가량을 삭제했다.

욕설을 하는 장면도 두 군데 묵음 처리됐다.

배급을 맡은 소니 픽처스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지 않기 위해 부분 삭제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산스카리제임스본드'(고결한 제임스 본드)라는 해시태그(주제어)를 달고 검열당국이 바라는 007 영화의 주인공이라며 합성 사진과 풍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실파 칸난이라는 네티즌은 “산스카리 제임스본드는 살인 면허는 있지만, 키스 면허는 없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은 산스카리 제임스 본드의 모습이라며 대니얼 크레이그의 이마에 힌두교 수행자(사두)처럼 고행을 상징하는 세 개의 선을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인도 전통의상사리로 온몸을 감은 ‘본드걸’의 사진도 올라왔다.

인도 문화계 인사도 이번 조치가 자의적인 검열이라며 비판에 동참했다.

영화 세얼간이의 원작 소설가인 체탄 바가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검열당국이 키스신 분량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하다”며 “영화를 보다가 ‘이거 너무 긴데요’하면 (자르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CBFC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쇼크 판디트 CBFC 위원은 “이번 삭제 결정은 팔라지 니할라니 위원장이 자신의 판단으로 한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환호받는 영화를 위원장이 망쳐놨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영화제작자 출신의 니할라니 위원장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캠페인 영상을 만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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