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軍위안부 피해자의 시간’…올해만 9명 별세

2015년 12월 8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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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46명에 불과…모두 80세 이상 고령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이달 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갑순 할머니가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현재 정부에 등록된 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46명밖에 남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모두 80세가 넘고 많게는 98세나 되는 고령인 데다 건강도 좋지 않다. 20년 이상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해 왔지만 양국 정부 간 협상 물꼬가 트이지 않는 가운데 생존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세상을 하직한 군 위안부 피해자는 최 할머니를 포함해 9명이다.

1월26일 전남에서 황선순 할머니가 향년 89세로 별세한 데 이어 닷새 후인 2월2일 박위남(93) 할머니가, 5월28일에는 이효순(91) 할머니가 뒤를 따랐다. 6월12일에는 김달선(91)·김외한(81) 할머니가 같은 날 눈을 감았다.

약 2주가 지난 6월25일에는 김연희(83) 할머니가, 7월6일에는 최금선(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8월11일 박유년(93) 할머니에 이어 최갑순 할머니까지 6월 이후에만 무려 6명이 가슴에 한을 남긴 채 이승과 작별했다.

생존자 가운데 일부는 고령에도 여전히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건물 앞에서 열리는 정기 수요집회에 참가하고, 외국을 돌며 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등 외부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생활하는 김복동(89) 할머니,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있는 이용수(87) 할머니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피해자 가운데 다수는 어린 나이에 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돼 육체·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탓에 온전한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방 후 귀국했다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불편한 나머지 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알리려 하지 않는 이가 많고, 심지어 결혼조차 하지 않은 채 지낸 피해자도 있다.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쉼터에도 피해자 중 일부만 들어가 있다.

피해자들은 고령인 탓에 대부분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과거 위안소 생활에서 비롯한 부인과 질환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기도 한다. 중증 치매 등 노환으로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피해자들도 있다.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평화의 우리집’에서 지내는 길원옥(88) 할머니는 그나마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수요집회 등 여러 활동에 적극 참여했지만, 얼마 전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 병원에 잠시 입원하기도 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7일 “할머니들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통해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로 고통받은 할머니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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