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의 새로운 판로?…루시드폴 7집, 홈쇼핑서 9분만에 매진

2015년 12월 11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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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최초로 심야 홈쇼핑서 컴백…”음악과 농산물 결합해 1천세트 판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매진!”

‘매진’ 자막이 뜨는데 단 9분25초가 걸렸다. 축하송이 흐르자 ‘귤 탈’을 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과 유희열, 쇼호스트 이민웅 씨가 만세 삼창을 했다.

11일 새벽 CJ오쇼핑으로 막 TV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에게는 홈쇼핑과 거리가 먼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이 상황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루시드폴(40)이 참신하고 흥미로운 기획을 했다.

오는 15일 발매하는 7집 ‘누군가를 위한’의 신곡을 공개하는 첫 방송으로 홈쇼핑을 택한 것이다.

그는 ‘귤이 빛나는 밤에’란 타이틀로 40분간 진행된 방송에서 15곡이 담긴 CD와 직접 쓴 동화책 ‘푸른 연꽃’으로 구성된 7집과 직접 제주에서 재배한 귤 1㎏을 담은 한정판 패키지 1천세트를 2만9천900원에 판매했다.

넘버링이 매겨진 한정판 7집에는 직접 찍은 사진엽서도 수록했다.

평소 방송 안 하기로 유명한 루시드폴은 소속사 안테나뮤직 유희열 대표와 국수를 먹다가 홈쇼핑에서 ‘농산물 결합 음악토크쇼’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유희열은 “국수 먹다 나온 얘기였다”며 “루시드폴이 귤을 팔고 싶다는데 상할까 봐 걱정이 되더라. 그래서 홈쇼핑에서 팔아보기로 했다. 이런 기적 같은 일(매진)이 일어날 줄 몰랐다. 다 안 팔리면 고등어까지 끼워서 드리려 했다”고 기뻐했다.

이날 방송에는 유희열이 대표인 안테나뮤직 소속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유희열은 쇼호스트처럼 패널을 들고 루시드폴을 소개했고, 밴드 페퍼톤스의 이장원과 심재평은 전화 상담원으로, 정재형·박새별·이진아·정승환·권진아는 시식 연기자로 등장해 열심히 귤을 까먹었다.

정재형은 “귤은 신 게 제맛, 굉장히 맛있다. 덕분에 위염이 다시 도지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루시드폴의 지인인 가수 김동률은 깜짝 전화연결을 통해 “루시드폴의 아름다운 가사를 보면서 난 그만 써야 하나 좌절한 적이 많다”며 “귤이 맛있다. 작년에는 한 박스를 보내줬는데 올해는 안 보내더라. 여기 내다 팔려고 안 보낸 모양”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가수 이적은 “진짜 이걸 하네요”라며 영상 편지로 응원했다. 응원 도구를 든 방청객들도 눈길을 끌었다.

10분도 채 안 돼 매진됐지만 루시드폴의 신곡을 듣는 음악 토크쇼로 방송은 계속됐다.

‘완판남’으로 등극한 루시드폴은 기타를 연주하며 타이틀곡 ‘아직, 있다’를 노래했고,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의 연주로 ‘집까지 무사히’를 들려줬다.

홈쇼핑에서 사상 초유로 앨범을 판매한 이번 시도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음원이 헐값인 시장에서 실험적인 판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음원사이트에서 월정액 상품으로 감상할 때 곡당 스트리밍 가격은 6원, 그중 권리자(저작인접권자+저작권자)에게 가는 몫은 3.6원, 3.6원에서 다시 창작자(저작권자)에게 가는 몫은 0.6원이다.

새앨범 ’25’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부한 아델의 세계적인 성공을 보듯이 국내 여러 인디뮤지션들이 음악의 제값을 받고자 음원 서비스를 하지 않는 등의 실험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테나뮤직은 “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앨범을 농사꾼처럼 일궈가는 뮤지션도 있다”며 “루시드폴이 앨범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뮤지션이고 지난해 제주로 이주해 보낸 삶을 응축해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어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음악과 농산물의 결합이란 점도 흥미롭다.

안테나뮤직은 “문화 콘텐츠와 농산물의 결합으로 시청미각 패키지”라며 “지난해 제주로 이주해 직접 감귤 농사를 지은 루시드폴이 ‘보고 듣고 먹는’ 체험을 통해 그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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