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상처 감싸길’…겨울옷 입은 광주 소녀상

2015년 12월 31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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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모자와 목도리 두른 광주 ‘평화의 소녀상’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한일 양국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안 발표 이후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이전 논란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광주에 설치된 소녀상에 겨울옷이 입혀져 시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30일 광주시청 시민숲 광장의 ‘평화의 소녀상’에는 털실로 짠 모자와 목도리, 외투가 새롭게 입혀졌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피하기를 바라는 듯 노란 외투의 단추는 빠짐없이 채워져 있었고 단단히 동여매진 하늘색 목도리 위로 초록 모자가 귀까지 꼼꼼하게 덮고 있었다.

이 옷을 입힌 인물이자 소녀상 건립에 앞장섰던 청년봉사단체 ‘착한 사람들의 모임’ 대표는 “당사자의 바람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 결과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 할머니들을 안아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8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 소식과 착잡해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뉴스로 접한 뒤 소녀상을 찾아가 장갑을 씌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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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옷 입은 광주 ‘평화의 소녀상’

이후 다음날인 29일 낮 12시 30분께 다시 소녀상을 찾아 사촌 여동생이 더 따뜻하게 입혀달라며 건넨 모자와 목도리, 외투를 입혔다.

광주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올바른 역사인식 확립을 바라는 시민들의 모금과 재능 기부를 통해 지난 8월 건립됐다.

가로 290㎝, 세로 140㎝, 높이 150㎝의 동상은 다른 지역의 소녀상과는 달리 일어서 있는 모습으로,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일어나 앞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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