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7명에 새 삶 준 10대 소녀…딸에게 보내는 편지

2016년 1월 27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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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으로 다시 태어나…”넌 빛나는 천사가 돼 있을 거야. 사랑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사랑하는 내 딸 유나야.

엄마는 네가 세상에 없다고 믿지 않는단다. 새 생명을 갖고 다시 태어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어.

지난 21일 새벽 미국에서 네가 등굣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1%의 기적이 생기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커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말에 머릿속이 정말 하얘지더구나.

무작정 올라탄 비행기 안에서 혹시나 하는 두려움 그리고 희망.

유나야! 유나야! 힘내! 왜 네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아직 19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은데 엄마, 아빠 동생들을 두고 그렇게 바삐 갈려고 하는지….

예쁜 유나. 사랑스러운 유나. 항상 앞좌석만 타고 가다가 웬일로 그날 뒷좌석에 앉았어. 동생 대신 착한 네가 다쳤나 보다.

동생을 지키려고 네가 그랬나 보다.

그리고 뇌사상태에 빠져 산소호흡기를 단 네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뇌병변을 갖고 힘들게 사는 17살 소녀 기사를 봤었지. 그 소녀 아이는 뇌사상태가 되자 신자인 아버지가 생활도 어려운 형편에서 딸아이 장기기증을 선택해 여러 명의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줬다는….

엄마는 두렵다.

너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느님의 뜻일까.

평소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고 싶다’던 네 마음을 이렇게 하느님이 결정해주신 건 아닐까.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내리기 힘든 결정을 했단다.

어제 수술대에 오른 너의 모습이 마지막이었지.

그리고 심장과 피부, 폐, 간, 췌장, 뼈 … 그리고 너의 사랑스러운 눈까지.

네 심장으로 다른 사람은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겠지. 네 눈으로 어떤 이는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겠지.

엄마는 그걸로 충분하단다.

네가 어릴 적 초등학교 4학년 때였지. ‘제가 죽으면 지옥에 있을까요? 천국에 있을까요?’하고 썼던 일기장.

넌 천국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천사가 돼 있을 거야.

성당 가는 걸 좋아했던 네가 부활의 삶을 제대로 실천하는구나.

너는 27명의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다시 태어나는 거야.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껏 잘 커 줘서 정말 고맙고 또 감사해.

유나야! 19년이란 짧은 인생이었지만 행복했지?

엄마 늘 널 위해 기도한단다. 사랑한다 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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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뇌사 판정을 받은 김유나(19)양이 전 세계 27명에게 장기기증을 한 사연을 어머니 이선경(45·제주)의 편지글 형식으로 소개한 기사입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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