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 ‘백원만 할머니’의 진실은?

2016년 1월 28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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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mbc.com


찢어진 운동화와 낡은 옷차림, 부스스한 백발머리…. 꾀죄죄한 행색을 하고 20년 넘게 종로 3가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시민들에게 ‘백원만 할머니’로 불리고 있는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툭툭 치며 돈을 요구한다. 돈을 주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옷을 잡고 늘어지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26일 MBC ‘리얼스토리 눈’은 종로 3가 한복판에서 “백원만”을 외치며 구걸을 하고 있는 74세 노인 고순옥씨의 진실을 밝혔다

구걸을 하기 위해 매일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거리로 나오는 고 씨.

종로 일대에는 그녀를 둘러싸고 “집이 두 채이다.” “노숙이 아닌 번듯한 양옥집에서 지내고 있다.” “한 달 동안 구걸하며 버는 돈이 600만원이다” 등의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제작진은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할머니의 집을 따라갔다. 하지만 소문과 달리 ‘백원만 할머니’는 1500만원 전세 지하방에서 살고 있었다.

난방이 되지 않아 얼음장 같은 집 안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아들을 위해서 이런 삶을 살고 있다는 고 씨에게는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할머니는 “아들에 대한 죄가 있어 내가 전기도 끊으라고 했다. 죄인이 어떻게 발을 피고 잠이 드냐, 난 앉아서 잔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멀쩡히 군 제대까지 한 둘째 아들이 갑작스레 아프게 되자 아들의 병원비와 약값을 벌기 위해 구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젊은 시절 가난 때문에 자식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이집 저집 전전하게 한 죗값을 스스로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구걸해 모은 돈을 전부 아들에게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들은 어머니를 만나러 한 달에 한 번 겨우 찾아왔다. 고 씨는 “돈을 모았다고 연락을 해야 자식들이 만나러 온다”며 “그렇게라도 자식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할머니의 아들들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고보니 고 씨는 그동안 어느 무속인을 통해 아들에게 돈을 전달했던 것이다.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자식들과 아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무속인.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이후 할머니는 제작진과 이웃의 도움으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쓰레기를 모두 치웠다.

그리고 난생처음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돈이 없어 지금까지 한번도 가본 적 없던 병원이었다.

오랜 시간 차가운 길 위에서 구걸을 통한 삶을 이어온 고순옥 할머니. 그녀는 이제 자신을 위해 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박수인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