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남편의 정자로 태어났는데 그의 아이가 아니다

2016년 2월 1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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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gettyimagesbank


지난해 미국 워싱턴 주에 사는 부부가 인공수정을 통해 아기를 하나 낳았는데, 놀랍게도 아기는 아빠가 아닌 아빠의 형제 것과 일치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기의 아빠에게는 ‘형제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현지시간 지난 10월 28일, 타임(time.com)에 따르면 한 부부가 둘의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 인공수정으로 힘겹게 아기를 얻었다. 그런데 아기의 혈액형이 부부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에 부부는 친자확인검사를 했다. 그 결과 엄마 쪽은 친자로 확인됐지만 아빠 쪽은 아기의 유전자와 일치할 확률이 겨우 10%에 불과해 그의 자식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병원 측의 실수였을까? 담당 의사는 인공 수정에 사용된 정자가 남편 본인의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결국 변호사를 통해 스탠포드 대학 유전학과에 재분석을 의뢰했다.

그리고 부부는 이후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유전학적으로 볼 때 아기의 유전자가 남편 본인이 아닌 남편의 형제 쪽에 훨씬 가깝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남편은 외쳤다. “저에게는 형제가 없는데요!?”

궁금증은 추가 검사에서 풀렸다. 검사팀에 따르면 이 남편은 생물학적으로 ‘키메라(Chimera, 한 개체에 유전자형이 다른 조직에 서로 겹쳐 있는 유전현상)’라고 한다.

원래 남편은 이란성 쌍둥이였지만 홀로 태어났다는 것. 태아로 있을 때 어머니의 자궁에서 쌍둥이 형제의 몸을 흡수하고 혼자 태어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남편의 정액 가운데 90%는 자신의 DNA지만 나머지 10%는 쌍둥이 형제의 DNA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기의 혈액형과 유전자가 달랐던 이유는 바로 유전적으로 남편의 몸에 흡수된 쌍둥이 형제의 아들, 즉 조카였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 측은 이를 매우 희귀한 사례로 보고 국제 인류 유전학 심포지엄 등에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수인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