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의심’ 연인에 감금된 20대女…경찰 기지로 구출

2015년 5월 13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는 연인에게 감금된 채 심한 폭행을 당하던 20대 여성이 경찰 지구대원의 기지로 무사히 구출됐다.

12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8일 오전 7시19분께 서울청 112종합상황실로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여성은 시종 울먹이는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며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 주소를 부르려 했지만 통화는 도중에 끊겨버렸다.

경찰 관계자는 “빌라 번지수를 알려준 뒤 호수를 부르려는 순간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201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 판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긴급출동 지시와 함께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은 도곡지구대 소속 박인수 경위와 정해종 경위는 즉각 현장에 도착해 탐문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호 주민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없었고, 누군가 다투는 소리 등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난감한 상황에 처한 두 경찰관은 1층부터 4층까지 빌라 전층을 오르내리면서 문에 귀를 대고 신고자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받지 않아도 벨소리가 들리면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지만 역시 소득은 없었다.

주변의 다른 건물을 뒤져야 할지 고민하던 두 사람은 112종합상황실이 녹음한 신고음성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경찰은 “호수를 부르려는 순간 휴대전화를 빼앗기면서 감이 멀어지는 느낌이었고, 자세히 들으니 ‘203’이라고도 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경위 등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203호 문을 계속 두드렸고, 한참 뒤에야 “해결됐으니 돌아가 주시라”는 젊은 여성의 차분한 목소리가 문 뒤에서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이들은 반드시 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문을 연 A(26·여)씨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집안은 난장판이 돼 있었다.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한 연인 B(28)씨가 A씨를 상대로 소주병을 휘둘렀던 것이다. 경찰은 B씨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를 염두에 두고 끝까지 탐문해 중상해나 살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을 예방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주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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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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