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망치고 출근도 못하고…독감 유행 ‘비상’

2016년 2월 16일   정 용재 에디터

zeevl3yyonhap0010

독감 환자로 병·의원 북새통…”환자, 평소의 3∼4배 수준”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회사원 김주환(38)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걸린 독감이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낫지 않고 있다.

두 살배기 아들에게 독감이 옮을 수 있어 연휴에 고향인 광주에는 내려가지 않았다. 남편 없이 시댁에 내려갔다가 온 아내 눈치를 보느라 날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연휴가 끝나고서도 15일까지 회사에 출근을 못 하고 있어 더 부담스럽다.

 

김씨는 “빨리 나아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은데 좀처럼 독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일하는 홍윤기(30)씨도 설 연휴 직전 독감에 걸리는 바람에 연휴를 망쳤다.

홍씨는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밤부터 열이 나고 오한이 오기 시작하더니 그 주말에 절정으로 아팠다”면서 “카페에 오는 손님들이나 주변 지인 중에 독감 환자가 많아서 옮은 것 같다”며 투덜댔다.

홍씨는 “연휴에도 일해야 해서 병원도 못 가서 서러웠다”면서 “매장에서 유자차 계속 마시고 뜨거운 물 하루에 20잔 넘게 마시고 했더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 막판 독감 환자가 크게 늘어 시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미 유행 조짐을 보이던 독감은 이달 초 들어 유행주의보 기준의 4배 가까이 치솟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 38도 이상 고열과 기침, 목 아픔 등의 증상을 나타낸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수가 외래 환자 1천 명당 41.3명에 이르렀다.

이는 이번 겨울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수준(1천명당 11.3명)의 약 3.7배에 달하는 수치다.

병원과 보건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은 독감 환자로 연일 북새통이다. 평소보다 응급실 독감 환자가 3∼4배 늘었다. 소아과를 찾는 어린이 독감 환자도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증세가 심해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환자 수는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소아과를 찾는 어린이 대부분이 독감 환자다. 하루에 독감 환자 15명 정도가 찾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도 “병원에 오는 외래 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종로보건소 관계자는 “독감 환자들은 의원 등 일반 의료기관으로 가기 때문에 보건소 환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독감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보건소들은 소아나, 임신부, 노인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의원 의사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이 동네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독감 유행이 다소 사그라진 것 같다”면서 “다른 지역 의사들 얘기로는 서울은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 환자가 매우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독감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가장 확실하게 벗어나는 길은 ‘예방접종’이다. 유행 시기에도 접종을 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회사원 홍모(38)씨는 “지난해 말에 늦둥이가 나와 혹시라도 감기 옮길까 봐 지난달 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라면서 “올겨울 독감이 대유행 조짐을 보인다는데 미리 맞아 둬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흔히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감기와는 다른 병이다. 대개 증상이 감기보다 심하게 나타내며 때로는 폐렴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 당뇨 등 만성질환자, 생후 6∼59개월 소아, 임신부, 면역저하자 등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은 항바이러스제 약값을 요양 급여로 인정받을 수 있다.

ah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