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도 책 놓지 말아요” 공부로 서울대 간 골키퍼

2016년 2월 19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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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라고 학업 포기하지 마세요” (서울=연합뉴스)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수 골키퍼상을 수상하고도 과감히 진로를 변경해 2016학년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수시모집 일반전형에 합격한 용인 상현고등학교 3학년 전태원(19)군. 사진은 수험생 시절 부천 키커스팀에서 주장을 맡아 경기에 출전한 모습. 2016.2.19 << 전태원군 제공 >>

용인 상현고 전태원군,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모집 합격

전국축구대회 골키퍼상 수상…과감히 진로 변경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운동선수라고 공부를 제쳐놓고 운동만 하면 안 됩니다. 공부를 틈틈이 하면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끝나도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어요. 공부를 해야 감독의 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해외 진출했을 때 타국 언어나 문화를 배우는 데도 좋죠.”

고교 축구 골키퍼 유망주가 진로를 바꿔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체육대학에 입학해 화제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수시모집 일반 전형에 합격한 용인 상현고등학교 3학년 전태원(19)군은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운동선수라도 학업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전군은 한때 전국 대회를 호령하는 엘리트 축구 유망주였다. 하지만 진로를 바꿔 순전히 공부만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전군은 2014년 제37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거제고 준우승 주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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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 서울대 합격한 축구 골키퍼 (서울=연합뉴스)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수 골키퍼상을 수상하고도 과감히 진로를 변경해 2016학년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수시모집 일반전형에 합격한 용인 상현고등학교 3학년 전태원(19)군. 2016.2.19 << 전태원군 제공 >>

팀은 아깝게 우승을 놓쳤지만 전군은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우수 골키퍼상을 받았다.

전군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이운재 선수의 활약을 보고 국가대표 골키퍼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서울에서 포천 이동중학교로 전학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실력을 인정받아 경남 거제고에 스카우트돼 축구선수로서 앞날이 창창해 보였다.

하지만 2014년 여름 돌연 일반 학교인 용인 상현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국가대표 골키퍼라는 꿈을 포기하는 대신 서울대에 입학하겠다는 새로운 꿈을 꿨다.

“빛나는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키가 문제였어요. 180㎝에서 더 안 자랐어요. 장신 골키퍼를 선호하는 한국 축구계에서 제 선수 생명은 길어도 대학교까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반면 대학 체육 관련 학과에 진학하면 축구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엘리트 축구 선수였음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덕이다.

전군이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이동중학교는 축구부 선수도 6교시까지 수업을 듣게 할 정도로 학업을 강조했다.

거제고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환경은 아니었다. 축구부 선수는 3교시까지만 수업을 들었고 시험도 치지 않았다. 하지만 전군은 2학년부터 학교에 요청해 학업과 축구를 병행했다.

어떤 친구는 ‘운동이나 하지 그런 거 뭐하러 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공부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함께 공부하다가도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만 해왔던 터라 금방 포기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전군은 돌아봤다.

 

전학 후 일반고 수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전군은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서도 매일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서 자리를 지켰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다진 탄탄한 체력 덕에 누구보다도 더 오래 책상에 앉아 있을 자신이 있었다.

축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전군은 부천 키커스팀에 들어가 클럽 축구 리그에 참가해 수험생임에도 주장을 맡아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전군은 입학하고서 서울대 선수로 대학축구 U 리그에 출전할 계획이다. 체육 특기생을 선수로 뽑지 않아 약체로 분류되는 서울대 축구부도 뒷문을 책임질 강력한 수문장이 등장해 기대가 크다.

서울대 합격 꿈을 이룬 전군은 축구 전문 방송 캐스터나 축구 행정가가 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전군은 운동 후배들에게 시간을 내 학업에도 신경 쓰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운동하면서 공부도 하면 버겁고 힘들겠죠. 하지만 식사 후 잠자는 대신 30분이라도 책을 봐요. 자신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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