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준 “남자주인공이 바뀌었다뇨, 절대 아닙니다”

2016년 3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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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로 스타덤 올랐으나 역풍도…”팬 아쉬움 이해”

“유쾌했던 촬영장…다정다감 박해진·고마운 김고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배우 서강준(23)을 만난 것은 드라마 종영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온라인은 남자주인공 유정(박해진 분) 분량이 급감하고, 극의 중심에 있었던 유정-홍설(김고은)의 스토리 라인이 허물어지면서 애청자 반발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원작자인 웹툰 작가 순끼마저 제작 과정에 대해불만을 표하고 나섰다.

온라인에서는 진짜 남자주인공은 유정-홍설과 삼각관계를 형성한 백인호 역의 서강준이라는 주장과 함께 온갖 소문과 억측이 나돌았다.

 

최근 아침 댓바람부터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서강준은 단어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꺼내놓으며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남자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는 물음에 “남자 주인공이 바뀌었다뇨,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치즈인더트랩’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서강준의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경청했다.

◇ “제가 대본 바꿨다는 건 사실 아냐…팬 아쉬움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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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준이 갑자기 일부 시청자의 미움을 산 것은 연출자인 이윤정 PD와 함께 대본을 마음대로 바꿨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지난 1월 말 자신이 속한 배우그룹 ‘서프라이즈’ 행사에 참석한 취재진을 상대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대사는 바꿨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박해진 출연분량 축소 파동과 맞물리면서 서강준에게 적지 않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서강준은 “스토리 라인이나 대본을 바꾼다니, 더구나 신인인 제게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해명했다.

“장면마다 떠오르는 애드리브를 넣기도 하고 좀 더 편안한 느낌을 위해 대사체, 말투를 바꾼 것이지 절대 대본 내용을 바꾼 건 아니에요. (대본은) 제가 어떻게 손댈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서강준은 “요즘 좀……”이라면서 한참 머뭇댄 끝에 “아쉬워하는 시청자가 많은데 저도 마음이 안타깝고, 팬들 아쉬움을 이해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욕심 내려놓고 재미있게 촬영한 첫 작품”

백인호는 ‘치즈인더트랩’에서 껄렁껄렁하고 자유분방한 모습 뒤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젊은이였다. MBC TV 사극 ‘화정’을 비롯해 전작에서 단정한 모습을 주로 보여왔던 서강준에게는 작지 않은 변신이었다.

서강준은 “하나로 굳어진 자기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은 꿈 같은 게 누구에게나 있지 않겠느냐”면서 “색다른 백인호 캐릭터 덕분에 대본을 연구하면서, 촬영 모니터를 하면서 ‘내게도 이런 색깔이 있구나’ 하고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치즈인더트랩’은 캐릭터 변신뿐 아니라, “욕심을 많이 내려놓고 재미있게 촬영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서강준에게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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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너무 아는 게 없으니 늘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런데 이윤정 PD가 놀듯이 촬영하라고 하니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대사를 달달 기계적으로 외우는 게 아니라 (저 나름대로) 캐릭터 구축이나 장면 해석을 할 수 있었어요.”

서강준은 “이번에는 제 자연스러운 감정에 집중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면서 “그러다보니 커피잔을 잡거나 의자에 앉는 때라든가 백인호의 사소한 행동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 “다정다감한 박해진·고마운 김고은”

‘치즈인더트랩’에서 또다른 중심축은 어릴 적 함께 자라난 유정-백인호의 ‘브로맨스’였다.

서강준은 “백인호 자신은 느끼지 못 했겠지만 유정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이 컸던 것 같다”면서 “그러다 보니 싸움도 걸고 화도 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백인호와 유정이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었다가 6년 전 사건으로 가족과 인생이 송두리째 사라진 점을 계속 곱씹다 보니 둘의 (애증 섞인) 관계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현장에서 저뿐 아니라 (박해진) 형도 금방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회 마지막에 오랜만에 재회한 유정과 백인호가 다투는 장면이 생각나요. 제가 그 때 ‘쟤한테 뭘 기대한 거냐’고 혼잣말을 하는데 그 대사가 정말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자유롭고 유쾌한 촬영 현장이었다고 전한 그는 박해진과 김고은에 대해 각각 “정말 사람들에게 다정다감하고 신사다운 배우”, “제 연기를 어떤 식으로든 다 받아줄 정도로 유연하고 고마운 배우”이라고 전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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