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안사고, 셀카봉 사고…스마트폰이 바꾼 ‘쇼핑지형’

2015년 5월 14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스마트폰에 사진을 빼앗겨벼린 액자와 앨범, 스마트폰 덕에 세상에 태어난 셀카봉…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소비자들의 쇼핑 지형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앨범·시계·충전지 매출 ‘반토막’

1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가입자 5천680만명 가운데 75%가량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확산하기 시작한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한때 생활필수품으로 여겨졌던 일부 소비재 매출이 최근 3∼4년 사이 급감했다.

대표적인 품목이 바로 시계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마트의 시계 매출은 2010년의 55.6% 수준으로 급락했다.

시간을 확인하는 기능 자체를 스마트폰에 넘겨주면서 벽걸이 시계와 탁상시계는 단순한 실내장식용품이, 손목시계는 개성을 살리는 패션 소품이 됐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충전지 매출도 2010년의 45.4% 수준으로 줄었다.

예전에는 라디오·MP3플레이어·사진기 등 다양한 제품에 건전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반복해서 쓸 수 있는 충전지를 사는 이들이 많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이런 기능을 다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충전지 매출은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앨범 매출은 50.7%로, 액자 매출은 54.1%로 줄면서 이들 제품 역시 스마트폰에 설 자리를 내줬다.

사진기로 사진을 찍은 뒤 인화해 앨범에 정리하거나 액자에 보관하던 습관이 스마트폰에 모든 사진을 저장한 뒤 보고 싶을 때 찾아보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때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스마트폰의 장점과 최근 등장한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에 앨범과 액자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이 낳은 최고의 발명품 ‘셀카봉’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빛을 본 제품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나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끼운 뒤 본인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 ‘셀카봉’이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약 넉달 반동안 2억원 규모의 셀카봉이 팔려나갔다. 셀카봉이 대부분 1만원 안팎의 저가 제품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매출이다.

비록 몸값은 저렴하지만 셀카봉은 3D프린터, 애플의 스마트 손목시계인 애플워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태블릿컴퓨터 서피스 프로3 등과 함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2014년도 최고의 발명품 25가지’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폰이 손에서 떼지 못할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차량용 충전기와 휴대전화 거치패 판매도 급증했다.

오픈마켓인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거치대 등 차량용 휴대전화 액세서리 판매량은 2011년보다 1천163% 급증했다. 3년 사이 판매량이 12배로 뛴 셈이다.

휴대전화 보호필름이나 휴대전화 케이스 등 스마트폰에 꼭 필요한 주변기기 외에는 터치장갑이 출시 2년 만에(2012∼2014년) 판매량이 182% 급증했다.

스마트폰에 빠져 목을 앞으로 내밀고 화면을 쳐다보는 ‘거북목’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등과 어깨 안마기 판매량도 3년 사이 145% 증가했다.

◇스마트폰 이용 모바일 쇼핑목록 1호는 의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3년 모바일 거래액은 6조5천596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25.8% 증가한 14조8천90억원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백화점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이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며 고전하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런 모바일 분야의 매출 성장은 G마켓·옥션·11번가 등 오픈마켓과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한 쇼핑이 일상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상위 품목을 꼽아봤더니 PC를 통한 구매로는 노트북과 컴퓨터 매출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PC를 통한 매출액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5개가 가전제품(노트북·대형가전·카메라·계절가전·모니터 및 프린터)이었다.

이에 비해 모바일 매출액이 가장 큰 품목은 여성의류였고, 기저귀 및 분유·화장품·신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류·신발·화장품이나 분유·신선식품처럼 생활하면서 자주 사는 제품을 모바일로 편하게 쇼핑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유통업체들도 이런 트렌드를 파악하고 갖가지 생활용품 서비스를 늘리고 있어 모바일 쇼핑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cind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