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버튼’·24시간 배달…외국인이 말하는 한국

2015년 5월 14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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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한국어 구사하는 오양가씨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제18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몽골 출신의 오양가(고려대 경제학과)씨가 유창한 한국어로 발표하고 있다.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쏟아진 재치·통찰·풍자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식당 아주머니들을 부를 때 ‘저기요’ 대신에 ‘이모, 주문이요!’라고 부르면 훨씬 낫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정’을 표현하거든요.”(닐스, 네덜란드)

“공원, 잔디밭, 심지어 다리 밑에 있어도 장소 불문하고 배달이 가능한 배달의 민족.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오양가, 몽골)

14일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제18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한국인이 무심코 지나쳤던 한국의 모습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에만 있다! 없다!’와 ‘한국 문화 체험’을 주제로 한 이날 대회에서 네덜란드인 닐스 씨는 한국의 식당 문화를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풀어냈다.

그는 “직원을 호출하는 일명 ‘저기요 버튼’이 무엇보다 특별했다”며 “버튼이 없다면 ‘이모’를,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누님’이라고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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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 외국어 너무 많이 써요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제18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일본 출신의 하루카 사토씨가 ‘한국사람은 3개 국어를 쓴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세종대왕 탄신 618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과 연합뉴스가 공동 주최했다.

몽골에서 온 오양가 씨는 “한국의 야식 배달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바람에 한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12㎏이 쪘다”고 뼈아픈 다이어트 실패의 경험을 전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무대에 선 일본인 하루카 사토 씨는 영화 ‘친구’에 나온 명대사인 “내가 니 시다바리가?”를 능청스럽게 재현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일본 외래어를 거리낌 없이 쓰는 한국 사람들이 신기해 보였다”며 “아름다운 한국어를 일상생활에도 많이 사용해 많은 외국인이 배우고 싶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밖에 한국인의 정이 담긴 ‘우리’라는 말을 여자친구를 소개할 때 사용했다가 친구들의 웃음을 샀던 일, 한국의 술 문화에 빠져 대학 친구들과 줄기차게 술을 마신 일 등 한국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사연들이 펼쳐졌다.

발표 내용에 맞춘 참가자들의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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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 한국어 잘해요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제18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각국 출신 참가자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독도 사랑을 주제로 발표한 케냐 출신 제인 완지루 음바가라 씨는 ‘독도에게 쓴 편지’까지 낭독했고, 국악의 매력에 빠졌다는 한 중국인 참가자는 판소리 ‘춘향가’에 등장하는 ‘사랑가’의 한 대목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또 다른 중국인 참가자는 ‘붉은악마’ 응원복을 입고 나와 ‘대한민국’ 구호를 외쳐 청중의 박수를 이끌었다.

일부 참가자는 고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나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본선 참가자 16명 가운데 대상은 한국의 배달 문화를 소개한 오양가(몽골) 씨가 차지했고, 최우수상인 경희대학교 총장상과 연합뉴스 사장상은 각각 바포에바 주흐로(우즈베키스탄) 씨와 제인 완지루 음바가라(케냐) 씨에게 돌아갔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과 연합뉴스가 공동 주최한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을 위한 축제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1998년 시작돼 매년 1천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로 성장했다. 올해는 39개국에서 온 1천241명이 참가했다.

okk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5/14 16: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