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싱가포르를 달구다…"한국음악 놀라워"

2015년 5월 22일   정 용재 에디터

뮤직매터스 ‘케이팝나이트아웃’…킹스턴루디스카·글렌체크·이디오테잎·소나무 출연
전세계 2천500명 지켜봐…”한국음악 다양해 또 듣고싶어”

(싱가포르=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너무 재밌어요. 한국 음악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게 놀라워요. 다음에 또 듣고 싶어요.”

21일(현지시간) 밤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이는 싱가포르 클락키 광장에 한국의 스타밴드 킹스턴루디스카가 들어섰다. 킹스턴루디스카는 자메이카 음악인 스카를 한국에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실력파 밴드다. 이들은 아시아 최대 음악마켓인 뮤직매터스 ‘케이팝 나이트 아웃’의 첫번째 주자로 무대에 섰다. ‘케이팝 나이트 아웃’은 한국의 실력 있는 뮤지션을 세계 음악산업 관계자에게 소개하는 쇼케이스로, 올해에는 킹스턴루디스카, 글렌체크, 이디오테잎, 소나무가 주인공이었다.

한껏 차려입은 9인조 밴드가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을 들고 무대에 오르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산했던 광장은 ‘생활의 발견’, ‘디깅 유어 사운드'(Digging Your Sound) 등 흥겨운 스카음악이 이어지자 곧 사람들로 빽빽해졌다.

처음 보는 한국 밴드에 의아해하던 관중은 곧 흥분하기 시작했다. 레게 리듬에 몸을 흔들고, 손을 들어 환호하는 모습이 꼭 한국의 홍대 클럽을 싱가포르에 옮겨놓은 듯 보였다. 싱가포르의 셰이 리(29)씨는 “처음 듣는 음악인데 굉장히 힘이 있고 흥겹다”며 “저절로 따라 하게 되는 즐거운 노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킹스턴루디스카가 한국밴드라는 사실에 놀라며 휴대전화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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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으로 공연이 20분간 중단되자 관객들은 더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깜깜해진 관중석에서 ‘김미 섬 러브'(Gimme Some Love)의 가사를 외치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곧 재개된 무대에서는 한국적 멜로디가 강조된 곡 ‘오늘밤은’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후렴구 아리랑을 따라부르자 킹스턴루디스카의 이석율은 흥분을 이기지 못해 관중석에 뛰어들기도 했다.

두번째 무대는 신스팝 밴드 글렌체크가 맡았다. 재작년 서울국제뮤직페어에서 U2와 롤링스톤즈의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 화이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이들은 실험적인 음악과 거의 영어로 쓰인 가사 탓에 종종 외국밴드라는 오해를 받는다. 이들이 그래픽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뮤직비디오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관객들은 마지막 곡 ‘식스티즈 카르딘'(60’s Cardin)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안무를 따라 하며 즐거워했다.

필리핀에서 온 샘 마파(25)씨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글렌체크를 알고 있다”며 “음악이랑 영상을 결합한 감각적인 무대가 인상적이다. 글렌체크가 뮤직매터스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전에 싱가포르로 여행을 왔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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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나이트 아웃’ 무대는 한국의 대표 일렉트로닉 록 그룹 이디오테잎이 나오자 절정에 달했다.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등 세계 뮤직 페스티벌의 단골손님인 이디오테잎은 강렬한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믹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멜로디'(Melodie), ‘선셋 스트립'(Sunset Strip) 등 이디오테잎의 대표곡들이 이어지자 인근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구경하러 오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미국에서 여행을 왔다는 마빈 존슨 씨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이런 한국 음악은 처음 들어본다”며 “이렇게 세련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인 줄 몰랐다. 클락키에 맥주 한잔하러 왔다가 계속 남아서 공연을 보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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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소나무는 이날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데뷔 6개월차 소나무는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이며 케이팝의 진수를 보여줬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날씨는 30도가 넘어갈 정도로 무더웠지만 관중들은 무대 앞 펜스에서 소나무 멤버들을 찍기 바빴다. 소나무는 데뷔곡 ‘데자뷰’ 외에도 5곡을 소화했다.

이날 무대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집계로 약 2천500명이 모였다. 뮤지션들도 관객들만큼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소나무의 리더 수민은 “국내 무대와 호응부터 다르다”며 “외국 분들 앞에서 여러 곡을 다양하게 부를 수 있어 좋았다. 다음에도 이런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킹스턴루디스카도 “마치 한국의 록페스티벌에 온 것 같다. 정전됐는데도 사람들이 멤버들을 쫓아오더라”며 “이렇게 호응해주시니 너무 기뻤다. 이런 기회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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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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