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3년 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우리 부부는 시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고, 시부모님 집, 우리 집 팔아서 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가게 됐다. 말이 우리 집이지 시아버지가 전부 해주신 거나 마찬가지였다.
시아버지는 그 흔한 시집살이도 안 시키신다. 특히 나의 생일에는 평소 좋아하는 요리도 하루 전날부터 조리법 찾아보시고 만들어 주실 정도로 너무 잘해주신다.
작년 시아버지 생신날 아침부터 생리가 터졌고, 평소 생리통이 심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끙끙 되는 걸 남편이 알았는지 시아버지와 밖에서 저녁 먹고 오겠다는 걸 점심 먹고 장 봐와 간소하지만 나름 열심히 차려드렸다.
다 같이 저녁 먹으면서 한잔하는데 여전한 생리통으로 방과 거실을 들락거리자 걱정이 된 남편이 따라 들어와 이야기하는 걸 아버님이 들으셨나 보다.
생일이 지난지 얼마 안 된 어느 날이었다.
“이 한약 생리통에 좋데. 엄마도 살아생전에 드셨던 거야. 아버지가 회사까지 찾아오셔서 주셨어”
그날 저녁.
“아버님~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나는 딸이 없어서 딸들 마음을 잘 몰라. 다른 집 딸 가진 아빠들은 이런 거 챙겨주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혹시나 민망해할까 봐.. 그 약도 먹고, 차도 좋은 게 있으니 갔다 줄게~”
행복함에 울컥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친구의 반응이다.
“생리통 때문에 고생하는데 시아버지가 주신 약 먹으니까 좀 괜찮은 거 있지?”
“헐.. 너희 시아버지 너 생리하는 날도 알아? 뭐야 더럽고 변태 같아.. 완전 소름돋아….너 진짜 불쌍하다..”
“너희 시아버지는 너 살쪘다고 밥도 못 먹게 하는데 그게 더 불쌍한 거 아니니? 살이나 빼!”
순간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더니 계속 전화가 온다.
아들 돌잔치 때 친구들 다 있는 앞에서 무안주고 하는 막장 시아버지가 누군데.. 끼리끼리일 수도 있지만 시아버지 욕한 친구가 마치 내 부모님 욕을 한 것만큼 화가 난다.
다음 모음 때 또 볼 텐데 아무래도 한마디 더 해야겠다.
오히려 너무 감사하고, 늘 받은 만큼 못해드려 죄송한 마음뿐인데 친구는 시아버지라도 남자 여자란 선이 있는데 수치스럽단다.. 참 어이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