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찔렀지만 살인은 아니다" 주장 살인범 징역 15년

2015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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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자해소동 벌이던 동거녀와 다투다 사건 발생”…정당방위 주장
檢, 자해하기 힘든 뒷목에 상처났다며 중형 구형…배심원단, 살인 인정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가정불화로 동거녀와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에 찔린 동거녀는 과다출혈로 숨졌다.

범인은 흉기로 동거녀의 어깨 부근을 한 차례 찌른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3월2일 새벽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진위공방은 이렇게 시작됐다.

정신지체 2급인 남모(54)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모(49·여)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남씨는 최씨가 평소 화투를 즐기고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그날에도 인근 시장에서 최씨를 찾아내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다투다가 사달이 난 것이었다.

남씨는 23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최씨의 가출 문제로 다투다 최씨가 흉기로 먼저 위협해 이를 빼앗아 찔렀다”고 진술하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당시 최씨는 ‘같이 못 살겠다’며 방충망을 뜯고 뛰어내리려 했고 흉기로 자해하며 자신을 위협하기도 했다고 남씨는 진술했다.

남씨는 “이후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최씨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술을 마신 뒤 자수했다”고 덧붙였다.

남씨의 누나는 “둘이 다투기에 방에서 나와보니 올케가 죽겠다며 베란다에 나와있더라”며 “이후 깜빡 잠이 들었는데 동생이 울먹이며 ‘누나 빨리 좀 나와봐요’하는 소리에 깨 보니 올케가 죽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은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고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를 한 것이어서 남씨는 살인이 아닌 상해와 과실치사의 경합범”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씨 목의 상처는 남씨가 어깨를 찔렀는데 최씨가 놀라 몸을 일으키면서 생겼을 수도 있고, 두 사람이 엉켜 넘어지거나 최씨가 자해하는 과정에서 생겼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의 온몸에 멍이 들었고 자해하기 어려운 뒷목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검의는 “최씨의 오른쪽 목 뒤의 5∼6㎝ 깊이로 베인 상처는 자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남씨의 주장대로 여성 연구원에게 장난감 칼로 뒷목을 찔러보게 하는 실험을 했는데 이 각도로는 상처를 낼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부검의는 덧붙였다.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남씨가 2010년부터 폭행 전력이 4차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은 남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밤늦게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남씨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도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남씨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이는 자수한 살인범의 형량 상한선인 징역 12년을 넘기는 것이다.

다만 남씨의 재범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을 진행한 제13형사부 이효두 부장판사는 “남씨가 자수한 점은 인정되지만 범행 직후 시신 옆에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지체하고 피해자를 구하려는 흔적이 전혀 없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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