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9만2천명분 대마 대량 재배…주고객은 유학생

특정한 직업이 없는 이씨는 2007년 뉴질랜드에 이민한 뉴질랜드 국적자로, 현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2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이후 2013년 한 캐나다인을 만나 대마 종자와 재배법을 익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13년 6월부터 빌라·아파트 등 거주지에서 대마를 재배해왔으며 이를 위해 500만원을 들여 태양열과 온도가 비슷한 LED 전구와 텐트 등을 갖췄다. LED 전구 등 때문에 전기요금만 매달 80만∼100만원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대마는 더운 여름 한 철에만 재배할 수 있으나 실내에 이런 기구를 갖추면 사철 재배가 가능하다. 경찰은 이씨가 실제로 재배한 대마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냄새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대마를 방안에 친 텐트 안에서 키웠으며 창문을 스티로폼 등으로 막고 인터넷에서 구입한 정화조 냄새 제거기 등도 설치했다.

경찰은 올해 2월부터 해외 유학생 출신 대마초 사범 집중 단속을 벌이다 판매책 등을 통해 이씨가 아파트 실내에서 대마를 대량 재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지이달 8일 현장을 급습해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을 급습할 당시 아파트 현관 앞에서도 대마 관련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환풍 시설을 완벽히 갖춰두고 있었다”며 “이웃들도 이씨의 대마 재배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 등에게 대마를 공급받아 판매한 정모(41)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단순 흡입사범 6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대마 흡입으로 입건된 이들은 미국·호주·영국·뉴질랜드 등 해외 유학생 출신이거나 현재 해외 유학 중인 20∼30대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경찰은 이들이 대개 중산층 이상 가정의 평범한 청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대마 추출물인 일명 ‘왁스’를 전자담배 파이프에 발라 클럽 등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히 흡입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해외 유학생의 대마초 흡입에 대해 단속을 지속하고, 현재 혐의가 포착된 유학생 등 다른 30여명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한국은 주거 밀도가 높아 향이 강한 대마 등을 몰래 재배하기 어려운 이른바 ‘마약청정국’으로 인식돼왔다”며 “그러나 이렇게 대마를 실내에서 재배할 수 있다는 것과 대마초 흡입과 판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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