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인데 제가 그걸 어찌하나요?”
주말에 예비 시댁에서 저녁을 먹으러 오라 하시길래 다녀왔다.
갈 때마다 밥차리는 거 절대 돕지 못하게 하시고, 설거지도 예비신랑 시킬 정도로 날 너무나 예뻐해 주신다.
근데 이번에 갔을 땐 뭔가 달랐다. 예비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요리는 뭐뭐 할 줄 아느냐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본인 집안에서는 짬뽕과 감자탕이 굉장히 중요하시단다.
과거 먹거리 방송에서 짬뽕에는 양잿물에 불린 해산물을 집어넣고, 감자탕은 조리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뼈를 새로 끓여내거나 고무장갑으로 잡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셨다는 것. 그래서 이 두 개는 절대로 밖에서 사먹이지 말고, 내가 배워서라도 집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많은 거 안 바라시고, 딱 이 두 개만 신경 써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난 짬뽕과 감자탕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 손 많이 가는 걸 내가 꼭 해야 하나?
“그럼 저는 안 먹겠습니다. 맞벌인데 제가 그걸 어찌하나요?”
그러니까 한숨 쉬시며,
“부탁하는 거니까 이것만 좀 들어줘. 우리 OO가 워낙 짬뽕이랑 감자탕을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네가 안 해주면 밖에 나가서 사 먹을 텐데 그건 절대 안 된다”
“그럼 어머니가 OO씨 좀 가르쳐주세요. 저는 요래를 원래 못해서 면발을 직접 뽑고, 뼈 손질할 재주가 없어요..”
“그래도 술 먹고 들어온 다음날 해장은 네가 시켜줘야 하지 않겠니? 막상 배워보면 안 힘들어”
“짬뽕은 양잿물에 불린 해산물이 걱정이시라면 면은 왜 직접 뽑아야 하는 건지”
“이왕 집에서 해주는 건데 다 정성 들여 해주면 좋지 않겠니?”
싫은 건 싫은 거라 딱 거절했더니 예비 시부모님 두 분 다 마음이 상하셨나 보다.
다음날 퇴근 후 만난 예랑이 역시 시큰둥한 반응이다.
“다른 집처럼 많은 거 바라시는 것도 아니고, 우리 둘 건강 생각해서 하신 말씀인데 그걸 그렇게 거절했었어야 하냐. 나도 마음 상했어. 그건 알아둬”
고작 두 개 가지고 너무 칼같이 내쳤나 싶기도 한데, 만약 내가 알겠다고 했으면 결혼하고 난 후 내내 짬뽕이랑 감자탕으로 스트레스받을 것 같았다.
짬뽕과 감자탕 때문에 파혼이라고 말한 게 너무 과했나 싶기도 하지만 솔직히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정말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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