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 마약왕 구스만은 유령…못 잡는다" 네티즌 비아냥

2015년 7월 15일
						
						

“나오자마자 헬기로 떴는데 검문 뭐하러…”, “지명수배 또 한 번?” 조롱 포스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검거된 지 1년5개월 만에 교도소 독방에서 굴을 파 다시 탈출한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을 쉽게 잡지 못할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구스만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연방교도소를 탈옥한 지 사흘밖에 지났지 않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이러한 조소가 등장하는 것은 구스만의 ‘잠행 능력’이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한 블로거가 운영하는 ‘나르코’라는 웹사이트에는 13일(현지시간) 구스만을 닮은 인물이 헬리콥터로 보이는 항공기 조수석에 앉아 조종사와 대화를 나누는 사진이 등장했다.

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앉아 모자를 쓴 채 편안하게 맥주를 마시는 사진도 실렸다.

이 웹사이트는 구스만이 탈옥한 뒤 누군가로부터 제보 사진을 이메일로 받았다고 밝혔으나 신빙성은 다소 떨어진다.

멕시코 정부가 이날 공개한 구스만의 최근 사진은 머리를 모두 깎은데다가 콧수염도 없지만, 웹사이트가 실은 사진 속의 얼굴은 작년 2월 체포될 당시와 비슷하다.

구스만이 수감되면서 그의 조직인 ‘시날로아’의 자금 관리 등 운영을 물려받은 아들이 수사에 혼선을 가져오려고 사진을 유포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도 나온다.

구스만이 이미 당국의 포위망을 벗어났고, 이러한 가운데 뒷북을 치는 멕시코 치안 당국을 조롱하는 장난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멕시코시티 시내의 신문 가판대에는 구스만의 사진과 함께 ‘세 부스카 오트라 베스'(SE BUSCA OTRA VEZ)라는 글이 적힌 포스터가 나붙었다.

‘지명수배 다시 한 번’이라는 뜻의 이 포스터도 교도소에 가두고도 두 번이나 놓친 당국을 비웃는 의미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에 구스만에게 현상금 6천만 페소(약 43억 원)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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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구스만이 11일(현지시간) 교도소를 탈옥한 뒤 멕시코 연방검찰청은 구스만의 최근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AP=연합뉴스)

멕시코의 한 뉴스 사이트가 사건 발생 뒤 알티플라노 교도소 인근에서 경비를 서는 경찰관에 “구스만이 어디 있을 거 같으냐”라고 물었더니 익명을 요구하면서 “나 같으면 굴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헬기를 타고 떴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인근 도로와 검문소에 연방경찰과 군이 깔리고 공항을 통제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이 경관은 서부 미초아칸 주의 산속이 첫 번째 도피처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미초아칸은 ‘로스 카바예로스 템플라리오스’ 등 갱단과 갱단 간, 갱단과 자경단 간 충돌이 극심한 곳으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정부에 치안의 최대 골칫거리가 되는 지역이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구스만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면 교도소를 탈옥하자마자 이동할 수단으로 헬기를 준비시켰을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멕시코 소셜네스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구스만은 유령이다. 절대 잡을 수 없다”는 등의 비관적인 목소리들이 올라오고 있다.

구스만이 수용됐던 알티플라노 교도소에는 멕시코에서 가장 잔인한 마약조직인 ‘로스 세타스’의 두목 미겔 앙헬 트레비노와 ‘벨트란 레이바’ 조직의 부두목 에드가르 발데스 비야레알도 갇혀 있다.

이들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탈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소도 등장한다.

이번 사건은 여성 상원의원 출신으로 지난 2월 연방 검찰총장에 새로 임명된 아렐리 고메스의 능력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구스만이 첫 번째 탈옥을 한 지 13년 만인 2001년 2월 검거됐을 때 그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 온 고향 시날로아 주의 지역민들은 대대적인 석방 요구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격화하자 당국이 주동자를 체포하기까지 했다.

이들에게 구스만의 이번 탈옥은 ‘영광의 탈출’이나 다름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구스만을 칭송했던 유명 인사도 있다.

멕시코 TV드라마 ‘라 레디아 델 수르'(남부의 여왕)에서 마약갱단의 여두목으로 출연했던 배우 카테 델 카스티요는 2012년 트위터에 “진실을 숨기는 정부보다 ‘엘 차포’를 더 믿는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인 적이 있다.

키가 작은 사람이라는 뜻의 엘 차포는 165㎝가량의 단신인 구스만에게 붙어 있는 별명이다.

델 카스티요는 당시 트위터에 “당신이 좋은 것들을 몰래 팔면 좋지 않을까. 병을 고치는 방법이나 거리 어린이들을 위한 음식, 노인들을 위한 술 같은 것. 그래서 그들이 생애 마지막 날까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말야. 또 여성이나 어린이들 말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밀매하는 것 말야”라고 썼다.

그러면서 “당신은 영웅 중의 영웅이 될 거야. 자 사랑을 몰래 팔아보자구. 어떻게 하는지 알잖아”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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