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땅굴 탈옥은 눈속임…정문 유유히 통과"

2015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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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엘 차포의 최근 모습(AP=연합뉴스)

전 마약단속국 요원 주장…”잠시 살다 나와라” 멕시코 정부와의 밀약설도

“고향서 가족, 동료와 여유롭게 파티 벌일지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세계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멕시코 ‘시날로아’ 마약조직의 두목 호아킨 구스만(56)의 ‘땅굴 탈옥’은 조작된 것일까.

전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한 요원은 14일(현지시간) 구스만이 탈옥했다는 멕시코 정부 당국의 발표는 구스만이 작년 2월 체포되기 전 한 그와 한 밀약을 이행하기 위한 위장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멕시코 연방순회법원이 구스만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마약 대부’ 라파엘 카로 킨테로를 모호한 이유로 석방한 뒤 미국의 항의가 거세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도주 중이던 구스만과 정부가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구스만은 지난 11일 연방교도소를 탈옥하는 형식을 빌려 거래 조건대로 풀려났고, 고향인 시날로아 주의 요새에서 가족, 동료 등과 태연하게 축하 파티를 벌일 것이라고 이 요원은 추정했다.

과거 구스만이 운영하는 조직의 중간 간부급과 일한 적이 있다는 이 전직 DEA 요원은 중남미 뉴스를 전하는 텔레수르와의 인터뷰에서 훌리오 마르티네스라는 가명을 쓰면서 ‘엘 티토’라는 별명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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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렐리 고메스 멕시코 연방검찰총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호아킨 구스만에 380만달러의 현상금을 발표하면서 최근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EPA=연합뉴스)

◇ “구스만과 정부 거래 의혹의 근거가 있다”

멕시코 당국 발표대로라면 구스만은 11일 오후 9시 전후에 독방 샤워실에서 사라졌고, 샤워실에서 교도소 인근 1.5㎞ 지점에 있는 목장의 벽돌 건물까지 이어진 땅굴로 탈옥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티토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축한 뒤 “정문으로 유유히 나갔을 것이고, 땅굴은 위장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첫 탈옥 때 세탁 용역 차량에 숨어 빠져나간 것처럼 이번에도 ‘정문’을 통해 나갔을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티토는 멕시코 정부가 강력히 부인하면서 반발할 만한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멕시코 연방순회법원은 DEA 요원인 엔리케 카마레라 살라사르를 납치해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1985년 검거돼 40년형을 선고받고 28년째 복역 중인 킨테로에 대해 2013년 8월 형집행정지 처분을 내리고 석방했다.

석방 이유는 “연방법원이 아닌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지만 법적인 처리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미국 당국은 ‘석연찮은’ 석방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킨테로에 현상금 53억 원을 내걸자 멕시코 대법원은 석 달 뒤 석방이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했다.

인터폴까지 나서 킨테로를 찾고 있으나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킨테로의 석방에 따른 미국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고심하던 멕시코 정부는 2001년 첫 번째 탈옥을 한 뒤 도주 행각을 벌이는 구스만에게 “잠시 들어와 달라”는 요청을 했을 것이라고 티토는 추측했다.

사실이라면 구스만이 13년간이나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은 것’이었다는 세간의 비아냥거림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구스만은 킨테로가 풀려난 지 6개월 만인 작년 2월 서부 해변의 한 별장에서 총격전 등 별다른 충돌없이 얌전하게 검거됐다.

구스만이 검거된 사실에 대해 미국 언론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대서특필했고 킨테로의 얘기는 그 뒤 언론매체에서 수그러들었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평소 100명의 안팎의 중무장 호위대를 거느리고 다니면서 잠행을 하는 구스만이 당시 무방비 상태로 체포된 것은 마약조직계에서는 ‘상식 이하의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티토는 말했다.

티토의 말 대로라면 구스만은 17개월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라는 연방교도소에서 생활하고 나서 정부와의 ‘거래’가 이행되면서 다시 나간 것이다.

구스만의 아들 중 한 명인 이반은 지난 5월 트위터에 “대장은 곧 돌아온다. 아버지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구스만이 교도소에서 나온다는 확약을 어디에선가 받지 않고서는 이러한 글을 올릴 수가 없다고 티토는 짐작했다.

멕시코 당국이 11일 오후 구스만의 탈옥 사실을 발표하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인 12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행사에 참석차 출국한 것에 대해 티토는 “우연의 일치라고 봐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DEA 로스앤젤레스 지부 소속 마약 요원들은 구스만이 검거된 지 한 달 후인 작년 3월 탈옥 계획에 대한 정보를 인지했다고 AP통신이 내부 문건을 이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은 구스만이 체포된 뒤 신병을 넘기라고 요구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헤수스 무리요 카람 멕시코 연방검찰총장은 “재판은 멕시코에서 받아야 한다. 신병 인도에는 한 400년쯤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또한 구스만과의 거래를 이행하기 위한 비호책이었을 수도 있다고 티토는 추정했다.

◇ “구스만은 고향 시날로아에서 킨테로와 파티 벌일 것”

멕시코 군경이 수색하느라 혈안이 돼 있는 구스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티토는 “고향 시날로아의 산속에 숨어 들어가 아내와 아이들, 동료와 축하 파티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의 근거지로 들어가면 바로 당국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티토는 “그것도 순진한 생각일 뿐”이라고 코웃음 쳤다.

구스만이 체포되기 전부터 시날로아는 그의 ‘아성’이나 다름이 없다고 티토는 말한다.

시날로아의 군경은 구스만의 돈에 매수돼 호위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티토는 “최소한 시날로아에서 경찰이나 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통행을 차단한다면 자신들이 보호하는 마약갱단의 우두머리가 떴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마약갱단의 두목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를 할 목적이라는 것이 티토의 설명이다.

구스만의 은둔 장소는 시날로아의 주도 쿨리칸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헤수스 마리아 지역의 야산 일대라고 티토는 추정했다.

구스만의 귀환 파티에는 킨테로가 참석할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고 한다.

둘은 오랫동안 돈독한 사이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로베르토 사비아노가 마피아 이야기를 다룬 ‘고로마’라는 책에서 구스만과 킨테로에 불화설이 있다고 서술한 것에 대해 티토는 “사실무근이다. 둘은 끈끈한 관계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비아노도 멕시코 정부와 구스만의 거래 의혹을 언급한 바 있고 다른 마약조직에서 구스만의 거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했다.

킨테로는 30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으나 형제, 조카, 사촌, 친구 등의 조직 운영의 핵심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티토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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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멕시코 해병대에 체포될 당시의 호아킨 구스만(EPA=연합뉴스DB)

 

◇ 구스만은 ‘시날로아의 황제’, ‘땅굴의 제왕’

구스만은 헤수스 마리아의 야산 일대에 수천㏊의 마리화나를 재배하고 있다.

구스만에 매수된 지역 경찰이 그의 사업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마리화나 재배지가 당국이 파악한 것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 싶으면 군이 헬기를 동원해 일부를 ‘형식적’으로 제거작업을 할 뿐이라고 한다.

이는 시날로아 사람들에게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심지어 구스만이 차를 몰고 어디에 나타나는 지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는지조차 지역민들은 알고 있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고 티토는 설명했다.

구스만이 작년 2월 검거됐을 때 경제적인 생활에 큰 도움을 얻고 있는 지역민들이 석방을 요구하면서 거센 시위를 벌일 정도로 ‘시날로아의 황제’가 된 것이다.

그는 엔지니어와 건축가 등과 접촉해 거액의 보수를 주면서 미국 국경을 넘어 마약을 운반시키는 ‘땅굴 통로’를 개발했다고 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부호 대열에 오른 것은 구스만이 마약운반용 땅굴을 가장 먼저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과의 국경 도시 여러 군데에 파둔 이 땅굴을 통해 각종 마약과 인신매매까지 이뤄진다.

콜롬비아 마약조직의 거두인 아마도 카리요 푸엔테스라는 인물이 보잉 747기로 무려 1천t의 코카인을 멕시코로 한 번에 수송한 일화가 마약조직계에 전해지면서 푸엔테스는 ‘하늘의 제왕’이라 불렸고 구스만은 ‘땅굴의 제왕’으로 정평이 났다.

마약 사업으로 축적한 그의 어마어마한 자금력은 정부 고위층과도 거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티토는 말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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