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봄 ‘마약 밀반입’ 사건 당시 양현석 반응

2018년 4월 25일   정 용재 에디터

가수 박봄의 마약 밀반입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4일 MBC ‘PD수첩’에서는 검찰 개혁 2부작 중 두번째로 ‘검사 위의 검사 정치 검사’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2010년 10월 ‘2NE1’의 멤버 박봄의 마약류 밀반입 사건에 대해 전했다. 당시 박봄은 국제우편을 통해 마약류로 분류되는 암페타인을 들여오다가 적발됐으나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양현석 YG 대표는 박봄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자 “2NE1 멤버들은 모두 담배도 술도 마시지 않는다”며 “박봄이 하루 아침에 기사제목으로만 마약 밀수자가 되어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봄이 약물을 복용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등 충격과 슬픔으로 수 년간 정신과 상담과 심리 치료를 병행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해당 병원이 처방해 준 약을 먹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봄이 미국에서 약을 대리 처방받고 젤리류로 위장해 들여온 행위가 알려지며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양현석 대표가 남긴 해명글 전문.

– 왜 YG의 공식 입장이 아닌 양 대표의 글로 해명하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기사의 내용은 4년 전의 일로서 그 당시 박봄 부모님께서 저를 찾아오셔서 박봄 가족 측이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과 더불어 박봄이 과거에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과 병력에 대해 저에게만 처음으로 말씀해주셨던 내용인지라 사실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YG의 모든 구성원은 물론 2NE1의 멤버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내용입니다. 때문에 상황을 잘 모르는 YG의 공식 입장보다는 그 내용을 직접 전해들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입니다.

– 기사에 대해 제작자로서의 심정은?

연습생 시절까지 합한다면 제가 2NE1과 함께 한 시간이 9년입니다. 9년 동안 지켜본 2NE1 멤버들의 성향은 멤버들 모두 담배를 피지 않으며..술을 잘 마시지 않으며…정식 행사를 제외하고 지난 9년 동안 개인적으로 클럽에 놀러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그렇고 주변에서 그런 소문조차 들은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제가 알던 그런 박봄이 하루아침에 기사 제목만으로 ‘마약 밀수자’가 됐습니다.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말 같지도 않은 말에 굳이 설명하는 게 맞는지? 오히려 일을 더 키우지나 않을지? 잠시 고민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만 현재 월드투어를 진행중인 2NE1의 많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아침에 마약 밀수범이 된 바보 같고 친동생 같은 박봄을 가만히 곁에서 지켜만 보는 일이 저에게 최선은 아닌 듯합니다.

– 진실은 무엇인가?

팬들은 이미 다 아시다시피 박봄은 2NE1 데뷔 전 오랜 기간 미국에서 자랐고 어릴 적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같은 경기 도중 친한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됐고 그 이후 박봄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충격과 슬픔에 빠져 힘든 시절을 보내게 됐는데 그 이후 수년간 정신과 상담과 심리 치료를 함께 병행해 왔으며 미국의 유명한 대학 병원에서 정식으로 처방해주는 약을 꾸준히 복용해 왔다고 합니다.

박봄은 그 사건 이후로 축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고 가수로 꿈을 전환한 뒤 무작정 한국으로 와 처음으로 YG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저는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수도 없는 오디션 인물들 중에서 제가 박봄 을 기억하는 이유는 처음 보자마자 “YG가 아니면 본인은 가수를 안 하겠다”는 다소 당돌한 말을 했기 때문인데 당시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난 후 그다음 해에 다시 찾아와서 또 떨어졌는데 3년째 공개 오디션에 참여해 수천 명 중에 1등으로 합격했기 때문에 박봄에 대한 저의 기억은 남다른 거 같습니다.

제가 굳이 상관도 없는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박봄을 처음 본 것이 11년 전임에도 4년 전 아버님께서 얘기를 해주시기 전까지 박봄이 축구를 했다는 사실이나 지난 병력에 대해 전혀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으며 2NE1 멤버들에게 조차 단 한 번도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던 점을 미뤄 볼 때 그만큼 박봄에게는 다시 들춰내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임에 분명한 듯합니다.

비록 본의 아니게 말씀 드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만 박봄은 4년 전까지 미국 대학 병원에서 정식으로 처방받은 약을 수년간 복용해왔습니다만 바쁜 스케줄로 미국에 갈수 없게 되자 박봄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우편으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국내에는 금지된 약품으로 세관에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다행히 미국 대학병원 측으로부터 박봄의 지난 몇 년간의 진단서와 진료 기록 처방전 등을전달받아 조사 과정에서 모두 제출하였고 모든 정황과 증거가 인정돼 무사히 마무리가 된 일입니다.

– 마약 성분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알고 있었는가?

상식적으로 어머니와 할머니가 딸과 손녀에게 마약을 구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특히 요즘 세상에 대부분의 약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 약의 성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고 먹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저 또한 몇 년 전 ‘힐링 캠프’ 출연을 통해 밝혔듯이 잦은 공황장애로 신경 안정제를 늘 갖고 다녀야 하고 매일 먹어야 하는데 그 약이 무슨 성분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들어도 잘 알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박봄의 경우 미국에서 몇 년간 먹던 약이 국내에 없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 그것이 수입 금지 약품이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듯합니다. 4년 전 조사 과정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국내 대학병원에서 다른 약으로 대처해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월드투어 일정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저도 한동안 박봄을 못 봤는데 하필이면 어제 저녁 오랜만에 녹음하러 사무실에 나오자마자 기사가 나오는 바람에 밤새 눈물만 흘리는 박봄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또다시 박봄이 밝히고 싶지 않았던 지난 얘기를 말씀 드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니 기분이 착잡합니다.

걱정 끼쳐드린 많은 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리며 한없이 부족한 저의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조만간 기쁜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거 인천지검에서 마약 사건을 담당했던 조수연 변호사는 박봄 사건에 대해 “박봄 사건은 정말 이례적”이라며 “입건유예는 사건 번호도 안 집어넣었다는 건데 그런 케이스는 없다. 반드시 입건해서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더라도 공판을 해서 집행유예 정도는 받게끔 하는 것이 정상적인 처리방법”이라고 말했다.

배승희 변호사 역시 “대리처방을 받았고, 젤리로 보이기 위해서 통관 절차를 했다는 점을 보면 치료 목적이었다는 부분은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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