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캐릭터 모든 게 이상하다”는 평가 받고 있는 한국영화

2018년 6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요구르트 아줌마, 특정 상표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낯선 아저씨, 인형 뽑기 달인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 질병 같은 사랑을 꿈꾸는 여대생.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봤거나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사실 지구인이 아니다. 지구를 찾은 외계인들이다. 이들이 평범한 사람 모습을 하고 우리별에 온 이유는 지구 종말 바로 전날 생일을 맞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함이다.

외계인들이 선택한 지구인은 10년째 작품 하나 만들지 못한 영화감독, 왕따 여고생, 독박육아에 지쳐 탈출을 꿈꾸는 가정주부, 낭만주의 영시를 가르치면서도 정작 연애 한 번 못 해본 ‘모태 솔로’ 대학교수 등이다. 외계인들은 이들이 평소 꿈꾼 선물을 준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은 기괴하면서도 독특하다. 캐릭터와 줄거리도 그렇거니와 백승빈 감독의 종말론적 세계관 역시 특이하다. 등장인물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감독의 세계관은 “어차피 망할 거, 다 같이 잘 망하자. 아름답게”다.

백 감독은 “현재의 모든 것을 멸망시키고 아름답게 새로운 날을 시작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공상과 몽상, 상상 속 친구가 있었다. 또 멸망과 아포칼립스를 꿈꿨다”면서 “저처럼 미친 정신을 가진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외계인 중 한 명을 요구르트 아줌마로 설정한 이유도 흥미롭다. 그는 “외계인이 지구인으로 가장하고 침투할 때 가장 안전한 복장이 요구르트 아줌마 복장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배경은 종말 하루 전이지만, 할리우드 영화처럼 그 전조가 웅장하게 펼쳐지지는 않는다.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과 굉음을 내뿜는 전투기 소리 등 음향효과와 텅 빈 거리로 표현할 뿐이다. 제작비 1억 원이라는 현실이 반영된 까닭이겠지만, 제법 종말 느낌이 난다.

전개는 다소 거칠고, 캐릭터 설정 역시 다소 아슬아슬하다. 여고생과 낯선 이웃집 아저씨와의 에피소드가 그렇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가 시종일관 시선을 붙든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도 있다. 김성균, 장영남, 김학선, 이주영, 김소희, 송예은, 강하늘, 이혜영 등 중량감 있는 배우와 신인 배우들의 이색 조합도 볼거리다.

소재 확장과 한국영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인 백 감독은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프랑스 중위의 여자’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 상을 받았다. ‘장례식의 멤버'(2009)로는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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