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미쳐가고 있다” 영국에서 논란되는 ‘치매세’

2017년 5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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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오는 6월 8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 총리가 내놓은 노인 ‘사회적 돌봄'(social care) 개혁 공약을 놓고 ‘치매세’ 도입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집에서 요양하는 재가요양과 요양원 등 외부시설요양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정 금액을 국고로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평가소득(소득평가금액)이 2만3천250파운드(약 3천4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 노인들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데, 재가요양은 소득과 예금을 평가소득으로 하는 데 비해 외부시설요양은 여기에 보유주택 가치도 반영된다.

보수당 공약은 우선 재가요양도 평가소득에 보유주택 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일원화했다. 자격 기준이 높아진 것으로 수급자가 줄어들게 된다.

대신 보수당은 재가요양이든 외부시설요양이든 상관없이 본인이 더는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평가소득 하한선을 2만3천250파운드에서 10만파운드(약 1억4천600만원)로 높였다.

치매 등으로 치료를 계속 받더라도 평가소득이 10만파운드로 줄어들면 더는 치료비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공약은 “요양비가 얼마가 되든 보유주택 가치를 포함해 적어도 10만파운드는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약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에겐 존엄을 주고 젊은 세대에겐 기회를 주려면 힘든 결정에 직면한다”며 “이 방안은 납세자들에겐 감당 가능한 수준을 요구하면서도 보통 정도의 재산을 지닌 연급수급자 가정을 지키는 것을 극대화한다”며 납세자와 노인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은 “평생 모은 재산은 자신의 요양비로 쓰여야 한다”며 노년 요양은 기본적으로 본인 책임이 우선임을 강조하고 “하지만 집을 포함해 재산을 10만파운드까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공약은 보수당이 지지층인 노년층에게 불리한 공약이라는 점에서 노동당이 집중 공세를 펴고 있고, 공약 발표 이후 보수당 지지도가 떨어지는 등 역풍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존 맥도널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담당 의원은 ‘치매세’는 공적연금 보장 3중장치 중단, 노인 겨울철 난방비 지원의 소득평가 도입을 통한 일부 고소득층 배제 등과 더불어 연금수급자에 대한 ‘3종 타격’이라고 표현했다.

메이 총리는 사회적 돌봄 개혁 등을 담은 총선공약집을 내놓으면서 공약들은 국가가 직면한 도전들에 대한 “솔직하고 정직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정책 또는 알츠하이머 세금?”(타블로이드 더선), “치매세로 딱지 매겨진 사회적 돌봄 개혁의 역풍”(데일리 메일) 등 보수성향 대중지들조차 우호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보도했다.

보수당 공약 발표 이후 21일 처음 나온 유거브 여론조사 결과 직전에 18%포인트로 앞선 보수당 리드가 9%포인트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치매처럼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 본인이 부담하는 요양비를 7만2천파운드로 묶는 법안을 통과시켜 오는 2020년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보수성향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공약이 존 고드프리 총리실 정책국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의 측근인 닉 티모시 총리실 공동비서실장의 권고로 막판에 추가됐다고 전했다.

노동자 유권자들을 위한 메이 총리의 정책 설계자인 티모시 실장은 상속세 중과세와 노동자와 기업에 대한 감세를 오랫동안 주장해왔다고 FT는 전했다.

독립적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재가요양 평가소득에 집값이 포함됨에 따라 집값이 반영된 후 10만파운드 이상의 자산을 가진 70~79세 연령층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공약이 노인들에게 집을 줄이도록 자극할 것으로 예상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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