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경찰 진상조사 시작했다는 ‘2004년 단역 배우 자매 자살 사건’

2018년 3월 30일   정 용재 에디터

‘단역 배우 자매 자살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에 대해 진상조사 전담팀이 꾸려졌기 때문.

경찰은 자매가 자살하게 된 경위와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의 부적절한 처리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2004년 발생했다.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는 상급자들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줬던 동생이 죄책감에 목숨을 끊었으며 아버지까지 연이어 세상을 떠나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사건의 발단은 연예인을 꿈꾸던 여동생 B씨가 대학원생인 언니 A씨에게 출연자 관리업체를 소개하면서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방송국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

그런데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던 A씨는 단역 배우 활동 시작 후 성격이 변하고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A씨는 집에서도 안절부절못하고 왔다 갔다 하거나 특정 인물의 이름을 언급하며 “죽여야 돼”라고 말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

A씨는 이후 증상이 심해져 집을 부수고 엄마와 동생을 때리기에 이르렀다. 결국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하고 A씨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갔다.

이 과정에서 그가 기획사 보조반장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보조반장 이씨는 A씨에게 성추행 끝에 성폭행까지 했고 수차례에 걸쳐서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씨는 다른 반장들에게도 범죄를 종용했고, A씨는 11월까지 촬영지 인근 모텔, 차량 등에서 다른 보조반장, 캐스팅 담당자 등에게 여러 차례 강간과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이러한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가해자들이 A씨에게 ‘주위에 이 사실을 다 알려 사회생활 못 하게 하겠다’, ‘동생과 어머니를 죽여버리겠다’, ‘동생을 팔아넘기겠다’ 등으로 협박했기 때문.

수많은 남성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해 온 A씨는 결국 정신분열에 다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A씨는 성폭행 당한 사실을 매일 기록하는 ‘성폭행 일지’를 작성해왔고 어머니는 이를 토대로 경찰에 이들을 고소했다.

그러나 피의자들은 한결같이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고 반박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담당 형사마저 “이건 사건이 안 된다”고 말하며 조사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경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를 격리하지 않고 피해 상황을 자세히 묘사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질조사에서 가해자들은 A씨의 말을 비웃거나 반박했고, 그 자리에서 A씨와의 성행위나 자세를 흉내내기까지 했다. 경찰은 A씨를 조사하면서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을 그림으로 정확히 그리라는 요구까지 했다.

결국 A씨는 고소를 취하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14년 전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미투 운동에 따른 영향이 컸다.

지난 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 재조사를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지난 26일 20만명을 넘어섰다.

전담팀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 3명 중 현직에 남아 있는 2명에 대해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 피해자 측 조사는 두 자매의 어머니를 대신 조사한다.

경찰청은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당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재조사를 하더라도 처벌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진상조사를 통해 수사 과정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12명 가운데 7명은 이후에도 다른 기획사의 임원 또는 반장으로 활동했으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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