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작곡가 피터팬은 똘아이박, 미친기집애 등이 소속된 크레이지사운드 팀으로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숙희의 ‘여름감기’ 앨범에 참여했으며 현재도 꾸준한 자작곡 활동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Q.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데뷔 루트는?
“고등학교 친구인 소울스타 이규훈을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어요. 군 전역 후 공연을 하다가 황치열 형과 웬즈데이라는 팀으로 활동을 했는데 잘 안 됐어요. 그 후 작곡가 형들 밑에서 코러스, 가이드 녹음을 하면서 곡 작업을 시작 했어요. 처음에는 유튜브 영상으로 공부했는데 혼자 하니까 한계가 있더라고요. 특히 가사적인 면이 많이 막혔어요. 브레이브 용감한 형제 형과도 친한데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웠죠. 처음에는 형처럼 콘셉트를 잡고 시작해요. 또 피플크루 오성훈 형에게 가사 이야기도 많이 들으면서 도움이 됐죠. 주변에 음악 하는 형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나씩 채워지는 계기가 됐어요.”
Q. 한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건?
“외국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곡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면 작곡, 편곡 다 중요해요. 특히 선율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귀를 넣는다는 게 참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해요. 요즘 가요계에서는 작사에 대한 위치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죠. 저는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케이스인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혼자 뚫고 가기에는 버거운 일인 것 같아요.”
Q. 가사 쓸 때 작업 방식은?
“컴퓨터, 핸드폰, 넷북 등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평소 행동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다가 생각이 나든 놀다가 생각이 나든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지금 현역에서 뛰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제목이 될 만한 글귀나 재미있는 스토리 등 괜찮은 소재가 있으면 메모를 해두는 편이에요. 그 후 곡 작업을 할 때 큰 주제부터 잡아 나가요. 슬픔이란 큰 주제의 콘셉트를 잡으면 슬픔에도 다양한 슬픔이 있잖아요. 그리고 메모했던 것들을 보면서 그 소재를 곡과 엮은 뒤 풀어서 써요. 저는 곡이랑 가사를 바로 같이 작업해요. 그때그때마다 작업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이밖에도 가사를 먼저 쓰고 멜로디를 짜거나 가이드 곡을 대충 아무 말로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춰서 가사를 쓰기도 해요.”
Q. 가사 쓸 때? 중요하다고 중요한 건?
“특이한 콘셉트를 평범하게 푸는 것 보다는 평범한 콘셉트를 특이하게 잘 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지금 눈 앞에 있는 ‘명함’, ‘컵’, ‘잔’ 같은 걸 단순하게 쓰기 보다는 의미 있는 스토리로 푸는 것도 좋은 가사인 것 같아요.”
Q. 가사에 정확한 표준어가 아닌 은어 혹은 일명 한글 파괴라 불리는 가사에 대해선?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듣고 쓰는 언어를 적용한다는 건 대중에게 다가가는 좋은 자세라고 생각해요. 아이돌 그룹들 녹음할 때가 많은데 이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있으면 그런 단어들이 많이 들려요. 그러면 ‘그게 뭐야?’ 하고 물어본 뒤 메모를 해놓고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영감을 얻어서 쓰는 곡이 더 잘 된다?
“그건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금방 풀어진 가사나 곡이 더 잘 나오는 건 대중들도 접하기 쉬워서이지 않을까요? 고민해서 음악적인 구성을 어렵게 하는 것보다는 대중에게 쉽게 빨리 다가가는 것 같아요. 가사를 잘 쓸 때는 내가 아닌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글귀 하나만 생각났는데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가사를 막힘없이 써내려갈 때가 있어요. 어떤 식으로 가야겠구나 생각하는데 의자에 앉자마자 다 나와요. 이런 곡은 멜로디, 딕션으로도 딱 맞아떨어지는데 기분이 참 좋죠.”
Q. 작사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작사가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거나 불행한 직업인 것 같아요. 이 직업 자체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을 자신이 하는 일에 접목 시킬 수 있잖아요. 만약 일반 직장에 다니면 일에 방해가 되겠죠. 반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끄집어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불행한 사람 같기도 해요. 아직도 이 부분이 많이 헷갈리는데 누가 정의를 내려줬으면 좋겠어요.(웃음)”
Q. 공감 가는 스토리적 가사와 발음에 강한 단순 가사와 선택 한다면?
“발음이 부르기 쉽고 의미가 들어맞고 공감 가는 가사가 정말 잘 쓰는 가사예요. 특히 옛날 곡들이 가사 적으로 좋은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트로트요. 부르는 창법이나 운율도 그렇고 숨은 뜻이 있고 나름대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좋은 가사들이 많더라고요. 현재보다는 예전 노래의 가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Q. 2016년, 현재 가사 트렌드를 읽어본다면?
“지금껏 트렌드를 보면 은유적인 가사에서 직설적인 가사로 바뀌었던 때가 있었어요. 특히 직설적인 가사가 유행할 때는 ‘가사 쓰기 쉽네?’라는 생각 때문인지 작사가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 곡 안에서 직설적이다가 은유적인 표현이 숨어있는 가사가 많은 것 같아요. 콘셉트도 사랑과 이별뿐만 아니라 그것에 접목된 주제가 되게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Q. 작사가와 작곡가 전망?
“어두울 만큼 어두워져서 더 어두워지진 않을 것 같아요.(웃음)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는데 저작권 협회에 등록된 사람들 중에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1%도 안 된다고 해요. 그렇게 봤을 때는 많이 어둡지만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람도 많아져서 더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중국 쪽에 저작권이 생긴다고 하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직설적인 가사는 단발성인 것 같고 의미 있는 가사는 한 사람의 코드에 맞았을 때 더 오래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Q.작사가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게 말하면 노땅 같을 수 있겠지만 열정이 덜 한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는 노래하는 게 좋아서 하루 종일 노래 부르다가 탈진하는 일도 있었고, 음악을 시작할 때도 혼자 공부하고 음악 하는 분들 만나고 들려주고 했었어요. 이런 하고자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 친구들을 보면 너무 빨리 포기하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직업이든 힘든 점과 좋은 점이 있겠지만 이 직업의 장점은 뭐고 단점은 뭐고 내 성향이 거기에 맞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결과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장은 미흡해도 언젠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직업을 선택했다면 포기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