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남성 듀오 쌍두마차(얼룩말, 압둘라)가 1년 8개월 만에 ‘흙수저도 잘 떠져요’로 컴백했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최근 생겨난 신조어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의 계급을 결정하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이 곡을 작사, 작곡한 얼룩말은 SBS ‘인생게임-상속자’ 출연 이후 느낀 감정들을 담아내며 음악에 대한 신념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전 소속사가 사라지며, 1년 8개월 동안 각종 아르바이트에 매진한 쌍두마차는 오로지 음악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얼룩말은 쌍두마차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상속자’에 출연했고, 신곡 ‘흙수저도 잘 떠져요’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1년 8개월 동안 양재동 꽃시장에서 일했어요. 사실 4년 전부터 꽃 배달을 하고, 꽃을 전문적으로 만지게 됐어요. 하루 일당 6만원으로 시작해, 이제 9만원까지 받게 됐죠. 시장 분들도 제가 가수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계세요. 그렇게라도 저희의 존재를 알린다면 감사할 뿐이죠.” (얼룩말)
“저는 야간에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고, 평일 낮에는 연기 입시 수업을 하고 있어요. 모두 합격해 이제 한 명밖에 남지 않았어요. 행사도 하고, 편의점 알바도 3년 넘게 하고 있어요. 점장님도 저를 굉장히 고급 인력으로 대우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인터뷰가 있다고 하니까 점장님이 일찍 와주셨어요. 알바를 할 때 제일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 스케줄이 있을 때 빼주실 수 있냐고 여쭤봐요.” (압둘라)
쌍두마차는 더 이상 소속사의 지원 없이 오로지 멤버들의 힘으로만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차량 지원이 없는 것을 빼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심의 들어갈 때 차를 타고 간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어요. 예전에도 보도자료부터 곡 작업, 제작 등 다 저희 몫이었어요. 저희끼리 하게 되며 마음이 편해졌어요. 직접 발품 팔고, 심의도 직접 넣고, 오늘처럼 인터뷰도 직접 잡고요. SNS를 통해 홍보도 직접 하게 되면서 저희를 직접 알리는 것 또한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압둘라)
“저는 ‘상속자’ 출연을 하고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출연을 후회하지 않았어요. 먼저 PD님, 작가님, 출연자들이 쌍두마차를 알게 됐잖아요. 100명을 확보한 셈이죠. 같이 출연했던 친구들도 저희 신곡을 홍보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또 예전에는 저희가 직접 홍보하기 위해 SBS에 가면 항상 쫓겨났는데, 이제 아는 분들이 많아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얼룩말)
이런 얼룩말의 고군분투를 보고 있는 압둘라는 “마음이 아린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쌍두마차의 홍보를 위해 애쓰고 있는 형의 모습을 보며, 본인 또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은 상대적으로 과하게 많이 하고 있어요.(웃음) 이번 앨범 작업할 때도 형이 대부분의 가사를 다 쓰고, 지시도 다 해줬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생각하게 돼요. 저는 라디오 사연을 통해 쌍두마차 음악을 신청해요. 인터넷에 사연을 올리거나, 게시물을 게시해 쌍두마차를 알리곤 하죠.”
가진 건 없으나, 이들의 열정만큼은 남달랐다. 라디오를 통해 쌍두마차의 음악이 한 번이라도 나오고, 누군가 이들의 존재를 알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가지지 못한 자는 더 뛰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본가를 따라가려면 먹힐 수밖에 없죠. 저희는 최소 10년 정도 더 걸릴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8년째니까, 총 18년이네요. 하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건 분명해요. 저희의 행보에 대해 피드백이 올 때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압둘라)
신곡 ‘흙수저도 잘 떠저요’는 그런 의미에서 쌍두마차의 신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최근 생긴 신조어로 다들 흙수저, 금수저로 사람을 나누잖아요. 수저로 받을 먹는 건 맞지만, 라면 먹을 땐 젓가락을 이용하고 치킨을 먹을 땐 손으로 먹잖아요. 수저에 연연하지 말고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에요. 금수저로 떠먹는 밥은 맛이 다른가요? 아니잖아요. 저는 제 가족, 친구들이랑 햄버거 먹으면서 사는 게 더 행복하다 생각해요. 비록 맨발이지만, 천천히 걸어갈게. 노력해서 얻어내겠다는 신념을 담았어요.” (얼룩말)
쌍두마차는 본인들을 가요계의 백수, 무명가수, 흙수저라 표현했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한 이들은 쌍두마차를 이끌며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음악이에요. 저는 음악을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죽었을 때 저희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상속자’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얻었고, 제가 받은 에너지를 음악을 통해 돌려드리고 싶어요.” (얼룩말)
“쌍두마차는 저희만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요. 제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죠. 저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저희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소통하고 싶어요.” (압둘라)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yunhj@enteronnews.com /디자인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