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3년 만에 수애의 모습을 스크린관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국가대표2’다. 전편인 ‘국가대표’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할 법 하지만, 사실 이 영화가 처음부터 ‘국가대표’의 속편은 아니었다. 아이스하키의 북한 방언인 ‘아이스 호케이’가 시나리오의 최초 제목이었고, 배우들은 바뀐 제목을 환영했다고 한다.
“‘국가대표2’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을 때 우려됐던 부분이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가대표’가 개봉했을 당시 엄마와 함께 봤었는데 엄마가 많이 웃고 우셨다.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니 대중적으로 좋은 평을 받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됐다.”
전편인 ‘국가대표’가 스키점프를 다뤘다면, 이번엔 여자들의 아이스하키 스포츠를 다룬다. 비주류인 여성들의 스포츠, 그리고 생소한 아이스하키 여자 국가대표를 표현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수애는 평소의 단아한 이미지를 지운 후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달렸다. ‘단단한’ 그의 얼굴은 국가대표의 모습이었다.
“땀을 많이 흘려서 비비마저 지워졌다.(웃음) 나뿐만 아니라 다들 예쁘게 보이겠다는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래야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개봉 전에 다들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들이 정말 안 예쁘게 나왔다고 귀띔을 했다.(웃음)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거친 촬영 기법으로 리얼함을 많이 그려내셨다. 그동안은 남자 배우들과 극을 이끌어갔다면, 이번엔 내려놓고 같이 가는 것이 좋았다.”
수애와 다른 배우들의 땀방울은 영화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메이킹 필름만 공개해도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뛰어넘는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 물론 고생할 것을 알고 선택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참기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매 촬영마다 한계가 느껴졌다. 다들 ‘못 하겠다’고 말이 나올 때까지 촬영을 했다. 한겨울에 전지훈련 신을 촬영했는데, 너무 추웠고 파도가 덮치려고 해서 생명을 위협받는 공포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힘든 것보다 즐거웠던 기억이 더 남는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니까 버텼던 것 같다. 만약 혼자였으면 지금쯤 많이 지쳐있었을 것이다.”
‘국가대표2’는 여배우 6명이 끌고 가는 영화다. 여자들만 있는 현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과거 영화 ‘여배우들’의 그녀들처럼 기싸움이 가득했을까 아니면 전우애가 가득한 현장이었을까.
“여배우 6명이 모였다고 해서 기싸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더라.(웃음) 우리 영화에는 대사가 많지 않고, 몸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여배우가 아닌 운동선수였다. 기싸움 말고 서로의 땀냄새와 민낯에 익숙해져 있었다. 촬영할 땐 한 번도 치장하고 만난 적이 없어서 요즘 예쁜 모습을 보면 놀랍다.(웃음)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치부까지 밝히는 친구들이다. 얼마 전에도 영화 홍보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난 다음에 그 친구들을 만났는데 거기서 에너지를 얻었다. 다들 유쾌하고 재밌다.”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다. 내가 지쳐서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슬기와 예원이가 내 귀에 대고 노래를 불러준 적이 있다. 힘내라고 화음을 넣어서 노래를 불러준 것이다. 슬기가 비욘세 노래를 틀어놓고 귀엽게 춤도 춰줬다. 연서는 처음 나를 만났을 때 삐끗하면서 인사를 하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긴장해서 그랬다는데 그 모습이 귀엽고 예뻤다. 동갑인 재숙이는 옆에서 든든하게 친구가 되어 줬다. 내가 그들에게 해준 것을 말해달라고 하면…사실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내가 해준 것은 기억이 안 난다.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웃음)”
수애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을 ‘동료’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하면서 매 작품마다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있겠지만, 동료를 얻는 것은 본인의 노력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가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우정은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여져 있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즐기면서 촬영에 임했다. 영화에 대한 자부심과 동료에 대한 끈끈함이 생겼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그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애에게 힘들었던 현장을 포함해서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찍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물었다.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한다”고 대답했다.
“이 멤버 그대로 ‘국가대표3’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했다. 물론 이 멤버 그대로 다음 영화를 바로 찍는 것이 어렵겠지만, 다들 내심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만약 이번 영화를 똑같이 다시 찍어야 한다면 ‘국가대표3’를 찍는 느낌으로 찍을 것 같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