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같다. 해당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GV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행자와 관객,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최근 이병헌 감독과 영화평론가 듀나의 실랑이가 있었다. 지난 8월 15일 이병헌 감독과 김도훈 편집장(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은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의 저스틴 린 감독과 함께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이병헌 감독은 “‘스타트렉’을 처음 봤다”라고 말을 했고, 이후 영화평론가 듀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병헌 감독은 스타트렉에 관심도 없으면서 왜 거기 간 건가? 돈 주면 아무 데나 가는 건가? 거기까지는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왜 홍보사에선 관심도 지식도 없는 사람을 거기에 부른 건지?”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이병헌 감독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돈만 주면 가지 않고요 게런티 받지 않았고요. 관심 없는 게 아니라 1편부터 정주행하고 입덕했다고 인터뷰 때 말씀 드렸고요. 예의 없는 사람이 갖춘 지식의 쓸모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길 권하고요”라며 “온라인에서 깃털 같은 정보만 가지고 자기 얼굴도 모를 사람 무작정 비난해대는 것에 대한 목적은 상처주고 관심 받기 같은데 둘 다 성공했다. 좋겠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논란이 되자 함께 GV를 진행한 김도훈 편집장은 “스타트렉 GV에 이병헌 감독님이 나오신 건 GV 직전에 감독님이 녹화한 영화 프로그램 게스트가 저스틴 린 감독이기 때문. 그 프로그램 안에 GV가 포함되는 콘셉트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병헌 감독님도 극장판 3편을 보고 공부를 해오셨다. 인디감독 출신이라는 점을 엮으려는 내 질문에 이어 연출자로서 좋은 질문을 해주셨다”며 “그 질문에 대한 저스틴 린 감독의 답변도 흥미로웠다. 이병헌 감독님의 시리즈를 잘 모른다는 자조적인 농담에 저스틴 린도 관객들도 즐겁게 웃으며 응대하는 분위기였다”고 이야기 했다.
이후 영화평론가 듀나는 이병헌 감독 GV에 대한 글을 삭제하면서 “리트윗한 김도훈님 글을 참고해주세요. 깃털 같은 정보를 갖고 성급한 트윗을 쓴 것을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이병헌 감독의 ‘깃털 같은 정보’를 인용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병헌 감독은 “행사에서 분명히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인 모욕성 트윗글에 발끈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그 발화점은 시리즈를 ‘처음 봤다’라는 행사 당시 저의 발언입니다. 누군가에겐 거슬렸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봤다’는 ‘안 봤다’ ‘모른다’ ‘관심 없다’라는 말로 둔갑해 와전됐습니다. 돈만 주면 아무데나 간다는 말도 그 탓에 나온 거겠죠. GV참석 의뢰를 받았을 때 시리즈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씀 드린 건 사실입니다. 김도훈 편집장님(시리즈 마니아이시죠)이 진행을 해 주신다기에 부담감 덜고 우선 영화를 봤습니다. 물론 진행 중인 프로그램에서 개봉 기념 특별 인터뷰가 있었지만 GV참석 여부는 저의 계약의무도 아니고 누가 앉힌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한 겁니다. 홍보사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며 “영화 당연히 봤습니다. 김도훈 편집장님과 저의 조합이 오히려 재밌게 느껴졌었습니다. 극장엔 리부트 시리즈부터 이제 시작한 저와 같은 분들도 계실 것이니 나의 롤을 밝히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기엔 시간이 부족하단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제 판단에 오류가 있었음을 분명히 인정합니다”라며 사과했다. 이로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GV에는 다양한 사람이 참석한다. 해당 영화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잘 알고 있는 사람, 또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잘 아는 사람들이 인터뷰어로 등장한다. 이날 행사에는 시리즈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는 김도훈 편집장과 ‘영화’자체에 관심이 많고 저스틴 린 감독과 비슷한 젊은 감독인 이병헌 감독이 참석한 것이다.
이에 한 영화 마케팅 관계자는 “이날 ‘감독’인 저스틴 린 감독이 출연했기 때문에 연출자의 입장에 있는 한국의 감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즉 미국에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젊은 감독인 저스틴 린 감독과 한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감독 이병헌 감독의 만남, 이를 이어주는 김도훈 편집장까지 나쁘지 않은 구도였다.
이병헌 감독이 저스틴 린 감독에게 한 질문은 인디 영화로 시작해 메이저스튜디오의 시리즈를 맡게 된 연출자로서 시스템의 차이와 극복에 관한 것이었다. 저스틴 린 감독의 할리우드에서의 위상을 짚어준 것으로 영화인의 입장에서 물어볼 만한 질문이었지만, ‘스타트렉’의 팬들을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팬들은 영화 시스템보다 ‘스타트렉’ 자체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심도 있는 질문과 이 자리에서만 들을 수 있는 질문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감독이 내한한 경우엔 다시 그를 만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팬들은 1분 1초가 소중했다.
이병헌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뒤 늦게 인지하고 사과를 했다. “시리즈의 팬들이 일생에 흔히 가질 수 없는 만남과 대화의 기회였을 겁니다. 그들을 최대한 배려해야할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불찰입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팬이 주체가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GV의 시간이 충분했다면 논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GV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과 달리 이날 GV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30분으로 진행됐다. 결국 Q&A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촉박했고,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GV는 해당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다채로운 게스트들과 함께 한다. 이곳에서는 연출자나 배우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행사지만, 관객도 궁금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때문에 다양한 방향의 GV를 틀렸다 맞았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GV의 주인공은 영화 팬이라는 점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