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히어로, 그 이름은 ‘아줌마’

2016년 8월 24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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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걸크러쉬’아닌 ‘아줌마크러쉬’가 온다. 영화 ‘범죄의 여왕’은 “아줌마가 해결해줄게”라며 모든 일에 오지랖을 부리는 촉 좋은 아줌마 양미경(박지영 분)이 아들의 문제, 더 나아가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미경은 80만 원을 5만원으로 훅 내려 깎을 줄 아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며, 하나뿐인 아들인 고시생 익수(김대현 분)에게는 꼭 ‘이 판사’라고 부르는 우리네 엄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 아들을 누군가 비판하면 “우리 아들은 내 말을 믿을 시간이 없다”며 옹호하는 ‘아들 바라기’다.

어느 날, 아들의 원룸 수도세가 120만원이 나오자 미경은 서울로 향한다. 이요섭 감독은 서울로 상경하는 과정을 미경의 초조한 심정을 빠른 카메라 워킹으로 그려내 웃음을 자아낸다.

열정적으로 찾아갔지만 아들은 냉담하기만 하고, 옆집 또한 협조적이지 않다. 가장 이상한 것은 관리소사무실이다. 관리소 사람들은 직원인 개태(조복래 분)를 개 패듯이 패는 것도 모자라 문을 닫고 수상한 것을 만든다. 미경은 수도 요금보다 더 큰 사건이 있음을 남다른 촉으로 알아내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덤빈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되는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지난해 아파트 난방비 비리를 폭로했던 배우 김부선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사회 문제가 가득 담겼다. 미용실에서의 불법 성형 시술, 매 맞는 아내, 사법시험 폐지, ‘조용히 문 닫아라. 죽기 싫으면’ 같은 층간 소음, 모든 것을 해주는 엄마와 받기만 하는 자식의 관계 등 초반부터 다양한 문제를 쏟아낸다.

이런 모습은 최근 이슈를 다룬 영화로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끌고 가는 이요섭 감독의 연출력이 훌륭하다. 감독은 스릴러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 비리를 고발하면서 웃음과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재료는 아니지만 스릴감과 유머를 적절히 섞어서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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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여왕’은 ‘1999, 면회’ ‘족구왕’에 이은 광화문시네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족구왕’처럼 오래 보고 있으면 더욱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미경은 강한 아줌마지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아줌마이며, 개태(조복래 분)는 이런 미경과 로맨스와 우정을 절묘하게 타고 간다. 개태는 감당하기 어렵지만 친절한 미경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츤데레’ 매력을 선보인다. ‘괴테’와 비슷한 발음이지만 ‘개 같이 태어났다’고 해서 ‘개태’로 불리는 그에게, 미경은 소 눈을 닮았다며 ‘소태’라고 불러준다. 어이없는 말일지라도 개태에겐 위로가 된다. 미경의 마음이 따뜻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경은 개태에게 연인도 되어주고 엄마도 되어 준다.

고시 전문가인 덕구(백수장 분)는 고시 공부보다 고시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덕후’ 기질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덕후 능력으로 미경에게 여러 정보를 전달하며 마지막 반전으로 큰 웃음을 준다. 이외에도 ‘족구왕’의 주역인 안재홍ㆍ황승언ㆍ황미영 등이 특별출연했다. 오는 25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