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부산행’은 한국의 첫 좀비 블록버스터다. 좀비를 메인 소재로 내세운 대작으로, 흥행에 성공한 첫 작품이다. 해외에서는 좀비라는 소재를 가진 콘텐츠가 흥행하기 쉬운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의 도전은 의미 있다. 한국형 좀비의 외형을 창조하는 데 성공한 박재인 안무가와 곽태용 특수분장가, 그리고 ‘부산행’에서 처음으로 좀비에게 물리는 역할을 맡은 배우 우도임은 과연 어떻게 좀비물을 만들어 나갔을까.
◇ 곽태용 특수분장 감독
과거 우리나라의 좀비 영화인 ‘신촌 좀비 만화’나 ‘이웃집 좀비’ 등을 보면 친근하지만 분장이라는 것이 너무 확실하게 보였다. 하지만 곽태용 특수분장 감독은 허접한 모습이 아닌 세세한 디자인을 통해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 시켰다.
이를 위해 감염자의 수위조절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염되는 정도를 표현함으로써 과한 이미지, 혐오감 대신 현실적으로 와 닿는 외모를 만들었다. 현장에 100여 명 가까이 되는 감염자들이 있었음에도 중요 배역에는 한 사람당 40분 정도의 작업시간을 들여 완성하며 디테일한 모습까지 놓치지 않았다.
◇ 박재인 안무가
외모뿐만 아니라 감염자들의 신체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였다. 앞서 영화 ‘곡성’에서도 좀비의 모습을 그려낸 박재인 안무가는 ‘곡성’에 등장한 좀비에서 더욱 업그레이드 된 좀비를 구현했다. 관절이 꺾이는 몸짓, 축 늘어진 어깨 등은 관객에게 기괴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는 감염자의 움직임을 각자 캐릭터에 맞춰 디자인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감염자 배우들의 분류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연령대별ㆍ성별ㆍ움직임의 속도 등으로 첫 분류작업을 마치고, 내부ㆍ외부ㆍ선로 위 등 장소 별로 감염자들을 다시 나눴다.
또한 객차 안이라는 작은 공간 속 감염자는 눈이 안 보이는 대신 귀가 예민해지기 때문에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작을 구현했다. 더불어 열차 외부의 감염자는 열차와 열차 사이 철로의 자갈들 위에서 뛰어 다니는 모습,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까지 세부적인 움직임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작업 방식을 택했다.
◇ 배우 우도임
좀비 역할을 해 본 배우는 많지 않다. 익숙한 존재도 아니고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에 표현하는데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배우 심은경이 첫 좀비로 등장한 것에 이어 그에게 처음으로 물리는 감염자로 신인 연기자 우도임이 등장한다. 우도임은 심은경과 함께 영화의 처음을 장식하기 때문에 많은 좀비들 중에서 단연 중요한 인물이다. 우도임은 연상호 감독과 박재인 안무가, 곽태용 특수분장 감독 등의 조언을 들으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우도임은 “감독님께서 가출소녀와 승무원 민지의 신이 좀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이기에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연습했고, 영화 ‘사일런트힐’ ‘월드워Z’ ‘워킹데드’ 등 다양한 좀비영화나 좀비게임을 찾아보며 모습을 관찰 했다”며 준비 과정을 이야기 했다.
이어 그는 “발목이 꺾인 채 걷는 장면이나 처음 변이될 때의 동작은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동작들이라 몸에 익숙해지기에 쉽지 않았고 멍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같이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어떻게 하면 더 괴기하고 섬뜩한 장면을 만들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서로 의지를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또 서로 달려들어 부딪히고, 무는 액션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다치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였다”며 좀비 연기를 한 소감을 전했다.
◇ 제공ㆍ배급사 NEW
첫 좀비블록버스터인 ‘부산행’은 제공ㆍ배급을 맡은 NEW가 먼저 연상호 감독에게 제안한 작품이다. NEW는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로 “당시 감독님이 ‘서울역’을 구상하고 있어서 NEW에서 실사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여쭸다. ‘서울역’을 애니메이션으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보이셨다. 그게 ‘부산행’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자선 사업이 아닌 이상, 제공ㆍ배급사에서는 어느 정도 흥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낯선 좀비물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을까. NEW는 “단순히 소재가 새로운 면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메시지 자체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부산행’은 여러 가지 난항이 있었을 거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투자부터 캐스팅까지 스피드하게 진행됐다.
‘부산행’을 통해 새롭게 좀비물의 팬이 된 사람도 있지만,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기존에 장르 영화 한 쪽에 숨겨져 있던 좀비 마니아들이 모습을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기존의 문화를 끄집어냈다는 것도 문화 창출로 본다면, ‘부산행’의 도전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